대법 "역외펀드 선물환 손실 1차 계약분만 배상책임"

"위험성 별도 설명할 의무 없다" 판결

역외선물환펀드를 팔 때 판매사가 부실한 설명을 했다 해도 1차 계약금만 손해 배상을 하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1차 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2차 계약 때는 판매사가 별도로 위험성을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역외펀드 선물환계약으로 손실을 본 김모(44ㆍ여)씨가 펀드 판매사인 H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은행은 1ㆍ2차 선물환계약 환율 변동 손실의 일부인 1억1,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외국투자기관이 외화로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선물환이란 환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리 정해진 환시세로 매매하는 계약을 뜻한다. 재판부는 은행이 선물환 1차 계약분에서 발생한 환차손 300만원만 책임지고 2차 계약분 환차손 1억1,100만원은 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지 투자위험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금융기관이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해 부당하게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1차 선물환계약 때는 은행이 투자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지만 거의 동일한 2차 선물환계약 때는 위험성을 별도로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7년 H은행이 판매하는 역외펀드인 '피델리티 일본펀드'에 4억원(5,100만엔)을 투자하면서 1년 만기 선물환계약을 체결했다가 2,200만원의 환차손이 발생하자 이를 지급하고 선물환계약을 1년간 연장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2009년 3억5,000만원의 환차손이 추가로 발생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환차손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해 은행에 1ㆍ2차 선물환계약 전체 환차손의 60%인 2억2,400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배상범위를 펀드손실과 직접 관련된 환차손으로 제한하고 은행의 책임비율도 1ㆍ2차 선물환계약에 따라 각각 70%(300만원)와 50%(1억1,100만원)로 차등을 둬 배상액을 1억1,400만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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