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사활건 짝짓기' 상반기 2~3강 재편

■ 반도체업계 제휴 급물살'마이너' 하이닉스등 적극 '선두' 삼성 모종역할 주목 세계 반도체, 특히 D램 시장은 그동안 '가격상승→과잉투자→공급과잉ㆍ수요감소→가격폭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마이크론테크놀로지-하이닉스반도체-인피니온'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빅4' 업체의 제휴 논의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부터 급물살을 타왔다. 복합불황 사이클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제휴 논의가 시작된 지 불과 반년여 빅4간 짝짓기는 고난도 심리전을 방불케 하며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 악순환의 고리 끊는다 애널리스트들은 2~3년 전 반도체 시황이 현재처럼 상승기조를 탔다면 제휴 논의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D램가격 폭락에 이은 공멸 분위기가 세계 반도체 업계의 경영 패턴을 바꾸었고 최근 활발한 제휴 논의는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던지겠다는 의지의 결과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D램가격 상승은 수요 회복이라기보다는 지난해 감산이 효력을 미친 것"이라며 "언제 다시 하락으로 방향을 틀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방향타 없는 짝짓기 논의 반도체 업계는 이미 짝짓기를 놓고 '1라운드'를 치렀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시바가 공장을 매각하기 위해 삼성전자ㆍ인피니온을 놓고 협상에 들어간 것. 협상은 진전이 없었고 도시바는 지난해 말 미국의 도미니언 메모리 공장을 돌연 마이크론에 매각했다. 인피니온으로서는 방심 끝에 펀치를 맞은 셈이다. 인피니온도 당하지만은 않았다. 인피니온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인수협상에 뛰어들었다. 어찌 보면 보복전에 비유된다. 우월한 위치에서 하이닉스에 한때 20억달러라는 형편없는 가격을 제시했던 마이크론은 인피니온의 견제구에 걸려 38억달러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의 현 생존실험은 '게임의 룰'조차 상실한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 제휴의 축은 하이닉스와 인피니온 현 제휴 양상은 외면상으로는 희뿌연 안개 속처럼 보인다. 그러나 차분히 들여다보면 짝짓기는 하이닉스와 인피니온의 두 축으로 압축된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협상 결렬에 대비, 인피니온과 제휴 논의를 벌이는 데 이어 타이완의 윈본드와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것이 불발되면 삼성전자와의 제휴 가능성도 점쳐진다. 어떤 방식으로든 하이닉스를 둘러싼 연합구도는 그려질 전망이다. 인피니온도 현재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은 적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손을 잡으면 D램 시장 점유율이 10%도 되지 않는 인피니온은 생존까지 위협받는다. ◆ 상반기 내 2강 또는 3강 구도로 재편 현 논의되는 구도대로라면 D램 시장의 '3강 구도'를 우선 점칠 수 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이 타결되면 업계는 '삼성전자- 마이크론-인피니온'의 3자 대결로 좁혀진다. 하이닉스-마이크론간 협상이 깨지고 하이닉스가 인피니온과 손을 잡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인피니온ㆍ하이닉스 연합-마이크론'의 3강 구도다. 2강 구도도 상정할 수 있다. 하이닉스-마이크론간 협상이 타결되고 여기에 인피니온까지 가세하는 구도다. 인피니온의 '300㎜웨이퍼, 256메가 D램 제품', 하이닉스의 '생산ㆍ공정 기술력', 마이크론의 '자금력' 등이 연합할 경우 삼성전자마저 따돌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대응은 아직 소극적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24%까지 올라서고 300㎜웨이퍼 시생상, 256메가 D램으로의 생산체제 전환 등으로 대세를 장악했다"며 "어떤 구도든 삼성의 독주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합종연횡만 가속화하고 하이닉스의 매각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을 경우 삼성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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