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보복하면 한국은 이렇게 맞선다 [한일 갈등 고조] 일본 '5대 보복 카드' 실효성 있나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일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추가적 보복 조치까지 거론하는 등 으름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차분한 반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이 설령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단행하더라도 이를 감내할 만큼 우리의 경제적 체력과 대응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본이 대표적으로 거론하는 한일 통화 스와프와 국채 매입 재검토 등의 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부문별로 분석해봤다.
① 통화스와프 축소하면 中등과 스와프 900억달러… 日 빼도 걱정없다
지난해 10월 양국은 통화스와프 규모를 13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확대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한번도 이 자금을 쓴 적이 없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을 급히 융통할 수 있는 제도로 '제2의 외환보유액'으로 불리지만 지난 7월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144억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이다. 일본 측은 스와프 규모를 130억달러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를 제외해도 한중 통화스와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등 위기시 사용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 규모는 900억달러를 넘는다. 정부 관계자는 "10월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이 연장되지 않더라도 국내 외환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금융위기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통화스와프를 폐기할 경우 일본경제가 받는 악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② 한국국채 매입 안하면원화 약세로 한국 수출에 되레 도움
일본정부가 한국국채 매입 중단을 선언했지만 일본 정부는 5월 개최된 한중일 협의체에서 한국국채 매입의사를 밝힌 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없다. 내다팔 국채가 없다는 뜻이다.
일본정부가 아닌 일본 민간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리나라 채권은 5,050억원 규모다. 전체 외국인 채권투자액 87조원과 비교하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0.6%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다이와증권 등 주요 일본 금융회사가 한국 채권을 들고 있는데 저금리에 시달리는 일본 금융시장에 되돌아가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채권을 내다판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누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정치적 판단을 따르겠나"라고 되물었다. 오히려 일본이 국채매입을 포기할 경우 원화약세로 한국 수출을 돕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③ 증시 투자 중단한다면대부분 개인 투자 자금… 이탈 없을 듯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투자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들더라도 국내 금융투자 시장에 미치는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21일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재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 규모는 6조7,561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금액의 1.7%에머물고있다. 보유 채권 규모도 전체 외국인 투자규모의 0.56%(5,066억원)에불과하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이 일본에서 엔화로 조달한 사무라이본드 자금 7,621억엔(약 10조8,756억원)을 더하면 국내에 투자된 일본 자금은 18조1,513억원 정도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 투자 규모가 469조5,46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일본 자금은 100% 개인 투자자금이기 때문에 양국 간 외교분쟁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더라도 이들 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10일 이명박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일본인의 투자금액은 오히려 늘었다”며“개인 투자자금은 경 제논리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만큼 양국관계 악화에 따른 자금이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④ 무역협정 연기된다면한일FTA 추진동력 약화 가능성 커져
한일 양국은 2004년과 2008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진행해오다가 올 들어 실무협의 속도를 높이던 차였다. FTA의 경우 통화스와프와 반대로 우리 정부보다 일본 측이 적극적인 사안이다. 세계 주요국들과 발 빠르게 FTA를 확대해가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FTA 후진국'으로 불릴 만큼 이렇다 할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연기됨에 따라 한일 FTA의 추진동력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일 FTA의 경우 한일 갈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한일 FTA는 우리보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제안이 들어왔던 것이라 일본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모멘텀이 약하다"고 말했다.
⑤ 투자자금 유입 중단된다면올 상반기 26억달러… 타격 불가피
일본의 전체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한국투자 비중은 2007년 13억달러(1.7%)에서 지난해 24억4,000만달러(2.1%)로 늘었고 올 상반기 25억8,000만달러(4.3%)로 급증했다. 일본의 올 상반기 투자액이 ▦유럽연합(EU) 14억달러 ▦미국 12억달러 등인 것과 비교해보면 압도적 1위다. 최근 엔고 현상과 전력난으로 일본 기업들이 해외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와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테이진ㆍ도레이ㆍ이비덴ㆍ스미토모화학 등 일본을 대표하는 소재기업이 리튬이온전지ㆍ탄소섬유 등의 첨단 분야에 진출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독도 문제로 신규 투자가 당분간 경색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독도사태에 따른 투자액의 증감 여부를 통계상으로 확인하려면 9월이 돼봐야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동안 외국인 투자의 선봉에 섰던 일본인의 직접 투자가 중단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