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를 기다리며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다. 깊은 밤, 모두가 잠든 뒤 소리없이 왔다가 간다.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산타를 기다리지만 만나지는 못한다. 다음날 아침에 선물을 발견하고서야 산타가 왔다 간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내년에는 산타가 꼭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1년을 더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착한 일을 한 아이들만 산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머니게임`을 하는 증권시장에서도 12월이 되면 산타의 출현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주식시장에서 기다리는 산타는 크리스마스를 지나 주식시장이 반짝 상승하는 `산타랠리`를 말한다. 연말에는 배당투자 수요와 이듬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동안의 통계에서 확인된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 50년 이후 52년간 산타가 37번이나 찾아왔다. 연말에 주가가 오를 확률이 70%가 넘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증시에는 그동안 산타가 찾아오지 않았다. 종합주가지수는 90년 이후 13년간 5번 오르는 데 그쳤다. 오히려 8번이나 떨어졌다. 연말에 주가가 오를 확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산타는 왜 미국에만 나타나는가. 아이들(기업)이 빨간 양말(배당)을 걸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주주들을 위해 실시하는 배당에 대한 인식과 수준이 미국기업과 다르다. 인색하다. 따라서 연말이라고 해서 투자심리를 달굴 재료가 별로 없다. 오히려 갖고 있던 주식을 털어내고 마음 편하게 연말연시를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 쥐꼬리만한 배당에 연연하다가 자칫 연말연시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연말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산타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세계경기가 살아나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증시에서는 4년 만에 산타가 올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테러 등 증시상승을 위협하는 재료들이 많지만 기업실적이 빠르게 회복되는 등 경제가 눈에 띄게 살아나고 있어 희망적이다. 우리 증시도 2년 만에 산타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비자금 수사 확대,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기업들이 지치지 않는 기관차처럼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주주들을 위해 배당에 적극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연말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실제 90년 이후 주가가 오른 5번 가운데 3번은 98년 이후로 몰려 있다. 산타는 그를 믿고 기다릴 때 찾아온다. 이제라도 크리스마스 트리에 빨간 양말을 걸어놓자. 산타를 기다리며…. <채수종 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