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구조조정] 업종별 진척상황

◇정유7대업종 가운데 구조조정작업이 가장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SK, LG, 쌍용, 현대, 한화 등 5개사가 각축을 벌이던 정유산업은 현대가 한화에너지 정유부문을 인수함으로써 4사체제로 전환했다. 쌍용정유는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 지분을 추가로 넘기는 쪽을 가닥을 잡고 있다. 현대도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 정부가 100% 투자한 IPIC에 신주발행분 전량을 매각해 5억달러정도의 자본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IPIC는 현대정유에 관련인력을 파견해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는 이 실사작업이 이달말까지 마무리되면 내년 1월중 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유산업은 이같은 구도를 잡았지만 구조조정속도는 매우 느리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선언한 현대의 경우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진행된 사항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화에너지의 주거래은행인 한일은행이 현대정유의 외자유치실적을 봐가며 채무의 출자전환을 검토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한화에너지 인수조건으로 한일은행에 부채 1,400원의출자전환 1조2,000억원 규모의 단기부채를 장기부채로 전환 부채비율 200% 감축일정을 2002년까지 3년간 연장 등을 요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쌍용정유는 14%의 지분을 아람코에 1억7,000만달러를 받고 매각해 그룹의 재무구조개선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람코는 현재 쌍용정유의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인수하면 49%의 지분을 갖게 되는 셈이다.【김희중 기자】 ◇반도체 지난 11월13일 현대와 LG는 아서 D 리틀사를 책임경영주체 선정을 위한 평가기관으로 선정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진전은 없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금년말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빅 딜업종 가운데 석유화학 등 3개업종이 지난달 28일 채권단 모임인 사업구조조정추진위원회로부터 「거부」판정을 받아 더이상 늦추다간 위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와 LG는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된 아서 D 리틀사로부터 실사계획서를 제출받아 실사기준과 항목에 대한 막판 조율에 나서는 등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다만 실시기간을 감안하면 반도체 빅딜은 일단 오는 15일로 예정된 5대그룹과 주채권은행간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시한까지 매듭짓기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양측간 빅딜을 중재하고 있는 전경련은 실시기간 연장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빅딜이 지연되자 정부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으로 포함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반도체 빅딜은 이달초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재계가 자율협의로 통합키로 약속했는데도 최근의 양상은 「버티기」인상을 주고 있다』며 『자율조정에 실패할 경우 여신중단과 위크아웃 등 당초의 프로그램대로 진행시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빅딜이 이처럼 난항을 겪자 재계에서는 연내 구조조정을 매듭지으려는 정부측 입장을 감안, 현재 진행중인 금융채권단의 실사를 토대로 경영주체를 선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권구찬 기자】 ◇항공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항공 3사가 공동출자해 동일지분으로 단일법인인 (가칭)한국항공우주산업(주)을 설립키로 하고 최근 통합법인의 사장으로 임인택(林仁澤) 전교통부장관을 선임했다. 3사는 현재 단일법인의 경영개선 계획을 채권은행단과 협의하고 있으며 이달말까지 업체간 실사를 끝내고 12월초까지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사를 통해 실사에 따른 조정작업을 할 계획이다. 또 12월말까지 각사 자산평가 등 제반 절차를 마치고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는 대로 내년 3월께 통합법인과 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법인은 3사가 각각 1,000억원씩을 현금과 현물로 출자하고 정부가 2,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자본금 5,000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위해 부채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자산을 1조5,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초기인원은 약 3,500명 정도로 출발한다. 단일법인은 정부출자 외에도 외국의 유력항공사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해 국제적인 신인도를 높일 계획이다. 단일법인 추진위원회는 지난달말 사업구조조정위원회가 언론을 통해 외자유치 계획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데 대해 배경 파악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채권단의 이번 조치가 정부출자전환 등에서 업계의 요구를 약화시키기 위한 압박용으로 보고 있다. 아직 통합법인의 실체가 없어 현실적으로 외자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지만 사업구조조정위원회가 이번주중 공식적 입장을 전달해 올 경우 보잉, BA 등 그동안 관심을 보였던 기업들과의 진행상황을 보충한 새로운 사업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채수종 기자】 ◇석유화학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이 동일지분으로 통합법인을 세우기로 한 석유화학업종은 통합법인 설립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엿다. 두 회사 채권은행은 현대·삼성 등 두 그룹이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권의 지원을 받을 경우 한화 등 나머지 업체와의 형평성문제도 제기돼 아예 빅 딜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이다. 또 출자전환 요청규모가 너무 과다한데다 사업성도 불투명하다며 사업구조조정위원회가 평가한 4개업종 가운데 가장 나쁜 평점을 받았다. 이들 업체는 『사업구조조정위로부터도 아직 아무런 지침을 받지 않은데다 회계법인 및 컨설팅기관의 실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섣불리 통합백지화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양사는 또 이번 불합격판정으로 일본 자본유치협상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양사는 이미 일본 미쓰이(三井)물산과 15억달러 가량의 자본을 유치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현대와 삼성 양사는 미쓰이의 자본유치를 연내 마무리짓고 현대·삼성·미쓰이·금융권 등의 관계자 협의를 거쳐 사장인선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통합법인의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춰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해 우량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사업구조조정위의 평가로 이같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두회사는 더욱 강도높은 자구방안을 담은 통합구조조정안을 마련한 뒤 채권은행과 다시 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채권단이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이용택 기자】 ◇발전설비 한국중공업과 현대중공업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놓고 한중과 현대가 대립하다 현대의 기아인수를 계기로 한중으로 일원화하기로 합의했으나 현대와 한중간에 아직 이견이 많아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는 발전설비를 한중으로 일원화하는 댓가로 한중의 지분 33.3%를 요구하고 있으며 울산조선소내 발전설비와 기자재는 물론 공장부지까지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은 1%의 지분도 내줄 수 없으며 필요없는 부분까지 보상한다는 것은 우량기업인 한중을 부실화시킬 우려가 있어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중은 현대에 터빈제너레이터와 보일러 공장 등 필요한 부분만 현금으로 보상하지만 송전설비 등 부대설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와 한중의 발전설비 일원화를 전제로 통합에 합의를 하고 있어 양사의 일원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양사의 일원화가 늦어질 경우 영업이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며 서둘러 통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발전설비의 통합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지금이 IMF라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공급과잉이 심각하지만 우리경제가 회생기미를 보일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으로 일원화 될 경우 민영화된 한중을 대우 등 다른 기업이 인수하면 현대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돼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이 각 기업들의 사정이 얽혀 있어 일원화 작업이 한중 민영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채수종 기자】 ◇선박용 엔진 선박용엔진은 당초 현대중공업·한국중공업으로 이원화가 제기됐으나 조선부문에서 현대와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과 대우중공업의 반대로 변형된 이원화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삼성과 대우는 현대가 민영화된 한중을 인수할 경우 독점체제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주장, 현대와는 별도로 한중과 대우중·삼성중공업이 독립법인을 세워 운영키로 했다. 선박용 엔진은 발전설비업체들이 모두 관련되어 있어 발전설비 일원화 추진 상황에 따라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법인 설립시 삼성과 한중에 대해 각각 자산실사를 해 삼성과 한중은 현물출자를 하고 대우는 이에 상응하는 현금을 출자하게 된다. 이럴 경우 대우는 약 500억원의 현금출자를 하게 될 전망이다. 출자는 동등지분으로 하되 경영권은 조선업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중이 맡을 예정이다. 또 이번 구조조정과 관계는 없지만 대형조선소인 한진중공업이 통합법인에 참여를 원할 경우 지분을 할애할 예정이다. 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과 함께 세계 선박용 엔진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업체인 현대(연간 100대 생산 능력)에 이어 통합법인(약 80대 생산규모)이 2위로 떠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가 주요고객인 한라중공업의 부도로 수주가 다소 줄어든 점을 감안, 통합법인의 실제 엔진생산은 현대와 비슷한 세계 최대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채수종 기자】 ◇철도차량 철도차량은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이 단일법인을 설립키로 일찌감치 합의를 하고 각사별 지분도 현재 시장점유율에 맞춰 현대와 대우가 각각 40%, 한진 20%로 확정하는 등 다른 부문에 비해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전경련에 3사 합동사무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달에 각사별 자산평가를 마쳤다. 또 양수도 과정의 각종 세금관련사항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통합법인의 발전을 위한 사업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통합법인은 자산 9,772억원, 초기 자본금 1,630억원(부채비율 500%)의 자본구조로 출범할 예정이며 법인설립은 자산 양수도가 이뤄지는 내년 3월 이후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른 시일내에 3사와 관련이 없는 전문경영인을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3사는 그러나 통합법인의 부채비율이 높을 경우 외자유치에 어려움이 있으 것으로 전망, 정부에 3사가 출자하는 자본금 규모 만큼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을 200%로 낮춰 외자를 유치한 후 정부에서 전환한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통합법인사무국은 구조조정사업본부가 지난주말 과잉설비 및 인원의 해소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데 대해 주초부터 연석 대책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구조조정 위원회가 요구하고 있는 과잉설비 해소수준에 대해 관련 3사간 이견이 있어 묘안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통합법인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어 이달 중순안으로는 새로운 계획서를 만들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채수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