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헐값매각은 불법"] 외환銀 수사가 남긴것
매머드급 수사 성적 '초라'…정책판단 사법잣대 논란도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9개월에 걸친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에 대해서도 비리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를 진행하면서 정ㆍ관계 로비 등 불법혐의가 드러난 론스타를 수사하자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으로부터 "마녀사냥"이라는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특히 국내에서도 반외자 정서 확산을 우려하는 분위기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사 막판에 불거진 반외자 정서 확산에 대해 "곤혹스럽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론스타 수사는 외국 투자가가 적법하게 투자해 얻은 이익을 박탈하려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경제질서를 해치는 부패ㆍ배임ㆍ주가조작ㆍ탈세 등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배경까지 해명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검찰의 론스타 수사는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불법을 저질렀을 때, 이른바 불법 먹튀 자본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사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매머드급 수사 치고는 결과 '초라'=이번 수사는 검사 20명 등 총 100여명 규모의 특별팀을 구성해 1,000개 박스 분량에 해당하는 서류철을 분석하고 630여명을 소환조사하는 매머드급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론스타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를 상회하는 외환은행을 최대 8,000억원이나 헐값에 인수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의심받았던 '이헌재 사단'과 정ㆍ관계 고위인사들의 외압이나 부당한 청탁 여부, 론스타의 조직적인 개입 및 금품로비 의혹은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관련 피의자에 대한 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 등 '엄격한 통제'에 따른 수사로 제한이 없지 않았지만 구체적 증거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의 개선 요구에 직면할 전망이다.
◇'정책판단'에 대한 사법잣대 논란 재점화=검찰이 "외환은행은 최대 8,000억원 가까이 싸게 팔렸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함에 금융시장에서는 당시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잣대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시대상황을 고려해 내린 정책판단 결과에 대해 사법부가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검찰에 의해 헐값매각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은 변호인을 내세워 "외환은행이 3,000억∼8,000억원가량 적게 팔렸다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다면 올해 이 은행은 42∼81%의 프리미엄을 받고 국민은행에 인수됐어야 하나 실제로는 28%의 프리미엄이 붙은 채 매각됐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변 전 국장은 최근 "매각의 필요성 등은 이미 부총리에게 보고를 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와 정책 판단에 의해 진행했다"며 "대한민국 행정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까지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향후 결과에 대한 사법부의 적정 판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입력시간 : 2006/12/07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