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재테크 시대] <2부 2> 美경제의 안전판 '401K'

고급인력 유치·노후설계 '최고 수단'
세금공제 혜택 많아 기업·근로자 모두 선호
규모 3조弗넘어 퇴직연금시장 거의 장악
일부에선 과다한 지원·부실 운영 부작용도


“급여가 나오면 저축한다는 생각으로 401K에 돈을 넣고 있어요. 회사가 일정비율로 자금지원(매칭)을 해주는데다, 든든한 자산운용회사가 자금을 관리해 주니까 안심이 됩니다.” 뉴욕 맨해튼의 한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는 엘렌 레가스피(29ㆍ여)씨는 “연봉의 15% 가량을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상품인 401K에 적립하고 있다”며 401K 예찬론을 편다.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 등 안전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녀는 주가지수 인덱스 등 주식상품 위주로 자산운용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NYT)ㆍ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물론 무가지인 메트로ㆍAM뉴욕, 일간지인 뉴욕포스트ㆍ뉴욕데일리 등 뉴욕에서 흔히 접하는 신문들을 눈 여겨 보면 구인난에 ‘401K 제공, OO% 매칭 지원’이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401K를 제공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사람 구하기가 힘들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401K를 제시하지 않는 회사는 매력이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퇴직연금 자금이 뮤추얼펀드를 통해 다시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금융시장을 지탱하면서 미국 경제를 받쳐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미국의 401K 규모는 3조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이중 50% 가량이 뮤추얼펀드에 편입돼 주식과 채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기능을 하고 있다. 뉴잉글랜드증권의 박준철 재정설계 컨설턴트는 “앞으로 8년간 401K 퇴직연금에서 롤오버되는 규모는 2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유치하기 위한)보험ㆍ은행ㆍ증권 등 금융기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퇴직연금 시장 401K가 장악= 미국은 3가지의 은퇴연금 제도를 가지고 있다. 모든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소셜시큐리티 연금(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은 65세부터 100% 수령이 가능하지만 재정파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부시 행정부가 현재 대대적인 수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은퇴계좌(IRA)는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해당 회사에서 은퇴연금을 갖고 있지 않거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 주로 이용한다. 원금은 불입 당시에 세금 혜택을 받았으면 나중에 인출할 때 세금을 내야 한다. 자산증식에 대해서는 증식 시점에 대해서는 모두 면세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인출 시점에 세금을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이 있다. 세금우대 혜택이 있는 퀄러파이드 플랜(Qualified Plan)과 혜택이 없는 넌 퀄러파이드 플랜(Non Qualified Plan)으로 나누어진다. 퀄러파이드 플랜은 다시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구별되며, 미국 퇴직연금제도의 대명사인 401K는 통상 DC 플랜을 일컫는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DB형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90년대부터 DC형인 401K가 큰 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퇴직연금 시장을 401K가 거의 장악하고 있다. ◇401K, 근로자들이 왜 좋아하나= 미국 직장인들은 401K가 세금공제 혜택이 크기 때문에 선호하고 있다. 통상 연간 1만4,000달러 이내(50세 이상은 1만8,000달러 한도)에서 불입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수익성과가 좋아 자산이 증식되더라도 증식 시점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자산운용만 잘 하면 원금에 자산증식분까지 보태어져 새로운 원금이 만들어진다. 회사를 떠날 때에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보통 젊은 시절보다는 퇴직 시에는 세율이 낮아 이래저래 이익이 된다. 회사가 매칭을 해 주는 것도 큰 매력이다. 근로자가 401K에 적립하는 금액의 일정비율을 회사가 지원하는데 근로자 복지를 중시하는 회사나 고급 인재 유치에 적극적인 회사의 경우 100% 매칭을 하는데도 있다. 미국 근로자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401K 매칭 자금을 일종의 보너스로 인식한다. 종업원 25명 이상으로 401K를 실시하는 미국 기업을 방문하면 종업원 대부분이 401K에 가입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 즉 세금공제와 회사의 매칭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다. ◇401K, 기업들이 왜 선호하나= 기업들도 매칭 자금에 대해 법인세 공제 혜택을 받는다. 월가(街)의 일부 회계전문가들은 기업들이 DB형을 선택할 경우 보통 종업원 급여의 6~7%를 적립하지만 401K를 도입할 때에는 그 부담이 2%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수 직원을 끌어들이고 기존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401K로 대변되는 퇴직연금이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과다한 연금지급과 부실한 자산운영으로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델파이, 유나이티드항공 등 일부 대기업들이 퇴직연금을 포함한 과다한 유산비용(legacy cost)에 짓눌려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허술한 자산운용도 퇴직연금을 부실화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론이다. 미국 회계부정의 대명사인 엔론은 퇴직연금의 대부분을 자사주로만 자산운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가가 폭락하는 상태에서 일정 기간 주식매도는 금지해 종업원들의 퇴직연금은 결국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단일종목 편입에 따른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상장기업의 경우 퇴직연금에서 자사주 투자비중을 축소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퇴직연금 부실운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401K 퇴직연금은 근로자에게는 여전히 최적의 노후설계 수단으로, 기업들에게는 세금절감과 인재유치의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면서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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