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에 집중해 몰입하면 실제로 청력이 차단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의 제한된 능력을 시각과 청각이 나눠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사람이 책이나 낱말퍼즐게임에 몰입할 때 주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인지신경과학회 닐리 라비(Nilli Lavie) 교수팀이 실험을 통해 그 이유를 밝혔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라비 교수는‘무주의 맹청(inattention deafness)’이라고 알려진 이 현상을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책을 읽거나 신문 기사에 푹 빠져 있을 때 지하철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해 내릴 역을 놓치는 것”과 “걸어가면서 문자를 보낼 때 차가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고 차도를 건너려 할 때”도 무주의 맹청 현상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라비 교수팀은 100명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각각 헤드폰을 끼고 십자말 퍼즐을 풀게 했다. 한 쪽에는 가로세로의 배경색을 달리해 퍼즐의 난도를 쉽게 하고, 다른 한 쪽에는 가로세로 색 구분을 없애고 글자 길이를 비슷하게 하는 등 어렵게 했다. 실험참가자들이 퍼즐을 푸는 동안 예상하지 못한 때 헤드폰에 소리를 내보내고 실험 후 참가자들이 소리를 들었는지 묻는 간단한 실험이었다.
실험결과 가로세로를 색으로 구분한 실험참가자들은 10명 중 2명만 소리를 놓쳤다. 반면 좀 더 어려운 낱말퍼즐을 푼 실험참가자들은 10명 중 8명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라비 교수는 “청각은 위험을 알리는 경고 시스템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우리 연구는 사람이 무엇엔가 집중할 때 우리를 둘러싼 세계로부터 효과적으로 귀머거리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무주의 맹시(inattention blindness)’실험은 이미 잘 알려졌다. 이 실험에서 관객들이 농구 게임에 집중할 때 고릴라 복장을 한 실험자가 관객들의 앞을 가로질러 갔지만 관객들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라비 교수의 ‘무주의 맹청’실험은 화물차가 후진할 때 울리는 경고음,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경적 소리도 자동차 운전자가 표지판이나 네비게이션 같은 시각 정보에 집중할 때 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