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유언으로"… 바이든, 미국 대권도전 적극 타진

힐러리 독주 민주당 경선에 파란

조 바이든(73) 미국 부통령이 아들의 유언에 따라 대권 도전을 적극 타진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독주하는 미 민주당 경선판도에 파란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부통령이 워싱턴DC 자택에서 친구·가족·후원자들과 함께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오는 9월까지는 출마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는 여러 약점을 가진 클린턴 전 장관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둘째 아들인 보 바이든이 지난 5월 뇌종양으로 사망하기 전에 "대통령이 돼달라"고 부탁하면서 대선 출마를 검토해왔다. 아들 바이든은 연방검사, 이라크전 참전, 델라웨어주 법무장관 등을 지냈고 내년 델라웨어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세우는 등 부친처럼 전국구 정치인을 향한 계단을 밟아오다 46세로 요절했다.

아직은 바이든 부통령이 경선에 나서도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내건 클린턴 전 장관을 위협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은 1988년, 2008년 두 차례 경선에 나섰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봤고 지금은 고령이라는 약점도 생겼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의 이미지가 식상해지고 지지율도 하락 추세여서 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퀴니피액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이 '정직하지 않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유권자는 57%에 이른 반면 바이든 부통령의 경우 '정직하고 신뢰가 간다' '국민을 보살핀다'는 응답률이 각각 58%에 달했다. 민주당 내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이 55%로 압도적 1위였지만 바이든 부통령은 출마선언 이전인데도 13%의 지지를 얻었다. 또 그는 '귀족' 이미지의 클린턴 전 장관,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

더구나 클린턴 전 장관이 고액 강연료와 친(親)월가 성향, 개인 e메일 사용 의혹, 리비아 벵가지 미대사관 테러 대응 실패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권 재창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NYT는 "중도층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서 이탈하면서 바이든 부통령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도 반(反)힐러리 정서의 뿌리가 깊다는 증거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대선 후보 결정의 중요한 승부처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의 지지율 격차를 10%포인트 미만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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