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 나들이] 현대 베라크루즈

디젤차 특유의 소음 거의 없어 실내 디자인 말 그대로 "럭셔리"


“세계 유수의 SUV들, 왜 이 차 앞에 긴장하는가?.”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새로운 개념의 럭셔리유틸리티세단(LUV) ‘베라크루즈’를 출시하면서 내세운 광고카피다. BMW의 X5나 렉서스 RX350 등 해외 유명차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노골적인 자신감이 배어 있다. 베라크루즈는 카리브해 최대의 항구이자 휴양도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곳은 최초의 신대륙 상륙지로도 유명하다. 현대차의 브랜드 정체성인 ‘세련되고 당당한’ 이미지를 살리면서 미개척 분야(LUV 시장)를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이처럼 자신만만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충남 서산에 있는 현대파워텍의 주행시험장에서 베라크루즈를 직접 만나보았다. 현대차는 이 곳에서 베라크루즈 뿐만 아니라 그랜저TG와 렉서스 ES350, 쏘나타와 혼다 어코드를 각각 비교하는 시승행사까지 열면서 자신감을 한껏 표출했다. 베라크루즈의 외관은 일단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 왔다. 범퍼와 후드 등을 유선형으로 만들어 볼륨감과 함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는데 주안점을 둔 흔적이 역력했다. 럭셔리한 겉모습을 음미하면서 차에 올라타니 이번에는 기대수준을 뛰어 넘은 ‘정숙성’에 놀랐다. 디젤차 특유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미처 계기판을 쳐다보지 않으면 시동이 걸려 있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치 승용차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핸들을 돌리면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미끄러지듯이 앞을 향해 나아갔다. 함께 달리는 차량이 없는 주행시험장의 특성을 살려 한껏 가속을 했지만 페달을 밟는 발도, 핸들을 조작하는 손에도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국내 최초로 V형 6단 디젤엔진을 장착한데다 차량 내부에 각종 첨단 소음차단 장치를 달아 외부에서 들려 오는 소리를 최소화 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실내 디자인도 말 그대로 ‘럭셔리’하다. 주행여건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조작하는 각종 버튼의 감촉이 세련된 느낌을 주는데다 고급소재를 적용한 세심한 디자인 처리가 돋보였다. 내부 공간 역시 기존 SUV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넓었다. 비록 편도 1.6km의 직선도로와 짧은 곡선도로를 여러 차례 왕복하는 짧은 시승이었지만 수입차와 겨뤄도 자신 있다는 말이 결코 허튼소리가 아닌 듯 하다. 행여 “최고 4,0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 그 정도 기능은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국산 SUV의 수준을 적어도 두 단계 이상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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