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 추가개방 임박

정부가 일본의 일부 대중문화에 대해 조만간 추가 개방할 뜻을 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문화관광부는 영화, 게임, 음반 등의 분야는 당장 전면 개방해도 큰 충격이 없다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개방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문광부 관계자는 “지난 6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추가 개방을 검토중”이라며 “빠르면 이달 안으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동 문광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일본 영화 등은 전면 개방해도 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추가개방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대일 문화개방에 대한 자신감= 최근 이 장관의 발언 등은 대일 문화개방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국회발언에서 “영화나 음반의 경우 전면개방해도 시장확대효과와 시장 잠식효과가 비슷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의 경우도 “일본 비디오 게임물의 시장점유율이 3~5% 상승할 것이나 국산물의 점유율이 극히 낮아 잠식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장관은 다만 방송과 애니메이션의 경우 “국내 시장에 큰 위협요인이 되고 문화정체성의 혼돈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개방에 난색을 표했다. 이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한 네티즌은 “언제까지나 인접국인 일본에 대해 차별적인 `문화쇄국주의`를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인터넷 등 국내 IT기술의 발달과 관련 산업의 성장으로 일본문화를 전면 개방하더라도 그 충격이 예상외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겼다. ◇일본 문화자본의 시장잠식 우려=지금까지 정부는 3차례에 걸쳐 일본 문화에 대한 개방을 추진해 왔다. 지난 98년과 99년 및 2000년 6월 등 세차례의 개방으로 영화는 15세관람가 등급까지, 에니메이션은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한해, 방송은 스포츠ㆍ다큐ㆍ보도프로그램,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은 국내 개봉작에 한해 각각 수입이 허용됐다. 일본어 만화 및 만화잡지, 대중가요 공연 전부와 일본어 가창음반과 비디오게임을 제외한 음반ㆍ비디오물에 대해서는 이미 전면 개방된 상태다. 하지만 한일간에 역사적 갈등이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추가개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챦다. 또 지금까지 수입된 일본문화는 특유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모두 드러내지 않은 상태여서 추가개방시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문화연대의 한 관계자는 “대일 문화개방은 역사왜곡이나 정신대 보상등 양국간 국민감정을 고려,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며 “특히 개방으로 인한 일본 문화자본의 시장잠식 등에 대비한 전반적인 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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