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는 국내소비, 나는 해외소비

국내외간 소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내소비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 반면 해외소비는 해마다 사상최대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서는 생산도, 고용도, 소득증대도,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개인의 대외거래수지적자는 163억달러에 달했고 연간으로는 18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년도의 적자액 130억달러에 비하면 1년새 무려 50억달러가 불어난 것이다. 원화 값이 계속 뛰고 열악한 서비스수준과 해외투자확대조치 등으로 해외여행ㆍ연수ㆍ증여성 송금ㆍ해외이민을 위한 국내재산반출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나라 경제규모가 커지고 원화가치가 올라 구매력이 강해지면 수입과 해외로 나가려는 수요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해외소비가 국내소비에 비해 너무 급작스레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지난 3년간 국내소비증가율은 5% 미만에 그친 반면 해외소비는 해마다 20% 안팎으로 늘고 있다. 해외소비와는 달리 국내소비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새해 초부터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판촉전을 벌이고 있으나 매출은 신통치 않다. 건설업체들은 잇단 규제로 분양이 되지 않아 입술이 바싹바싹 타 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소비가 부진하다는 얘기다. 소비부진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12월 소비자기대지수는 93.7로 8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 앞으로 경기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계층까지도 앞으로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뜩이나 힘든 국내경제는 저성장의 늪으로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교육과 의료, 관광 등의 수준향상이 시급하다. 이들 산업에 대한 문호를 대폭 개방해 무한경쟁의 무대로 끌어내야 한다. 국내소비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사교육비부담을 줄이고 세금 등 각종 분담금 등 준조세도 과감히 없애 소비여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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