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이 보였던 하이닉스의 상승세가 하락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15일에는 주가가 12.27%나 급락하며 2만8,950원으로 마감, 2개월만에 3만원선이 무너졌다.
하이닉스의 급락세는 연이은 ‘깜짝 실적’을 이끌어 낸 동인(動因) 중 하나였던 낸드 플래시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 여기에 그간 높은 주가 상승률로 톡톡히 재미를 봐온 기관 및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이날 2,000억원 넘게 하이닉스 주식을 내다팔았다.
또 전날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이 좌절 된 데 따른 실망매물도 추가하락을 부추겼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낸드플래시 가격하락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으나 시장 반응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반도체 분야는 2분기까지 약세를 보인 후 하반기부터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낸드플래시 가격하락에 소니발 악재 겹쳐 휘청= 하이닉스 주가하락의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은 연초이후 계속된 플래시메모리 국제가격의 하락 속에서 소니와 삼성전자측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증권가에서는 소니측이 삼성전자와 협상이 결렬돼 소니가 신작 게임기에 플래시메모리 대신에 하드디스크를 장착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소니와 삼성측의 협상은 결렬된 것이 아니지만 가격 협상과정에서 소니 측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낸드플래시메모리는 PC에 사용되는 D램메모리와 달리 디지털카메라, 게임기, MP3플레이어 등에 신형 전자기기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소니 같은 대형 공급처의 가격결정에 따라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예상이익의 70%이상을 낸드플래시에서 거둘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플래시메모리의 국제가격과 수급에 그만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측과 소니측의 공급협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까지 전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다만 어떤 형태로든지 낸드플래시 가격하락이 당초 예상을 벗어나서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하이닉스에게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낸드플래시 급락세와 소니와의 공급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82% 하락해 나흘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MSCI 가입 좌절도 수급에 악영향= 낸드플래시 가격급락 우려가 하이닉스의 펀드멘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면 MSCI 가입좌절은 하이닉스 주가의 수급 측면에서 충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MSCI가입이 좌절되면서 지난 연말 이후 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들과 기관들이 일제히 매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날 771억원을 순매도해 1년여만에 가장 큰 매도를 기록했다.
기관들도 그동안 하이닉스를 꾸준히 사들였던 자산 운용ㆍ투신권이 1,190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모두 1,405억원 어치를 순수하게 내다팔았다. 특히 가격 하락 폭이 큰 상황에서 이같이 대량 매도한 것은 MSCI 가입좌절에 대한 실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