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품질경영으로 '무서운 강자' 탈바꿈 [한국의 골든카우/자동차] 鄭회장 취임후 '질적 업그레이드' 시동…美 진출 20년만에 세계 100대 브랜드로세계 유력언론 급성장에 '기적'등 찬사 이진우 기자 rain@sed.co.kr ‘몇 년 전만해도 미국 토크쇼의 농담거리였던 현대자동차가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선언 이후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키는 위치로 변했다.’(2005년 6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현대차가 저렴한 가격의 소형차 ‘엑셀’을 앞세워 야심만만하게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지난 1986년. 당시 시장의 반응은 ‘세상에서 가장 안좋은 상황 10개’ 중 하나가 바로 ‘현대차를 타는 것’이란 조롱을 받을 정도로 냉담했다. ‘배기 파이프가 두개 달린 손수레’, ‘싸구려 차의 대명사’란 오명도 함께 따라 붙었다. 하지만 그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는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들이 더 이상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무서운 강자’로 탈바꿈했다. 신차 초기품질 수준에선 이미 도요타를 제쳤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100대 브랜드’에 진입(84위)하는 개가를 올렸다. 세계의 유력 언론들은 현대차의 이런 변모를 앞다퉈 소개하면서 ‘기적(miracle)’이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톱 클래스’를 향한 현대차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현대차형 품질경영’의 비밀= “사막 한 가운데서 차가 섰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라.” 정몽구 회장은 지난 99년 취임 직후 한 측근에게 ‘품질상황실’의 설치를 지시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품질상황실은 이후 24시간 가동되면서 고객으로부터 제기되는 하자를 실시간으로 체크한 뒤 그 결과를 정 회장에게 시시각각 보고했다. 지난 2002년 6월, 정 회장은 보고되는 여러 문제점 중에서 주행 때 엔진이 멎는 결함이 해결방안을 줄 곧 고민한 끝에 “엔진결함의 원인을 샅샅이 파악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 지시를 받은 연구개발본부는 4개월에 걸친 정밀조사 끝에 4,000쪽에 달하는 두툼한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골자는 ‘기계적 결함은 거의 없고 센서불량이 70%, 배선불량이 25%, 컴퓨터 불량이 5%로 나타났다’는 것. 보고서를 접한 정 회장은 “그렇다면 센서와 컴퓨터를 엔진에 부착하기 전에 낱낱이 새로 검사를 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현대차는 약 1,000억원을 들여 공장마다 전수검사 시스템을 갖췄다. 현대차는 이 때부터 모든 것을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 설계하면서 세계시장 석권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새로운 강자’ 현대차가 온다= “현대차의 야심찬 행보가 디트로이트의 ‘빅3’를 긴장케 하고 있으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포브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세계적 마케팅 조사 기관인 JD파워가 실시한 신차 품질지수(IQS) 평가에서 도요타 등 세계 유수업체를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싸구려차’란 오명을 벗고 ‘품질의 현대’로 인정 받는 순간이었다. 현대차는 올해 같은 조사에서도 투싼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부분에서 신차 투입 첫 해에 최고점수인 99점을 얻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차의 100대 브랜드 진입 역시 품질경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기존의 중장기 비전인 ‘2010년 글로벌 톱5’를 대신해 ‘고객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Humanity)’이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발전과 품질혁신에 무게중심을 둘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품질과 내구 품질에서도 세계 톱 수준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판매ㆍ서비스 향상을 통해 ‘종합품질 우수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MK식 경영' 세계가 주목 타임·FT "글로벌 톱 메이커로 도약 밑걸음" '세계 100대 브랜드(35억달러ㆍ84위) 진입, 신차 품질지수 세계 7위,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현대차가 최근 1~2년 사이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자 세계 언론이 정몽구 회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경영성과와 품질혁신, 해외시장 진출 확대 등 경영전반에서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한 이면에는 스스로를 '품질본부장'임을 칭하는 정 회장의 남다른 열정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6월 27일자 미주판에 '새로운 강자, 현대자동차'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현대차가 바뀌게 된 직접적인 원동력은 1998년 취임한 정몽구 회장"이라며 "정 회장이 '품질은 현대차가 생존하기 위한 핵심요소'라고 강조한 뒤, 현대차는 자동차 역사상 놀랄만한 발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타임은 정 회장을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며 어떠한 결함도 용인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9월 '현대차의 새로운 변신'이란 제목의 특집을 통해 "정 회장이 미국에서의 '10년ㆍ10만마일 품질보증제도' 실시 등 품질경영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앞서 4월에도 "정 회장의 품질경영과 글로벌경영 확대로 현대차가 과거의 저가 자동차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탑 메이커로 순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특히 최근 FT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CEO)' 평가에서 42위에 랭크됐다. 이는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다. 앞서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지난 7월 '2005년 자동차부문 아시아 CEO'로 정 회장을 선정하기도 했다. 입력시간 : 2005/11/28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