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협정체결 당사국에 노동법규 수정요구 가능성부시 행정부가 노동기본권의 보장을 바탕으로 무역 및 투자 협상을 체결한다는 내용을 무역촉진권(TPA)에 포함시킴으로써 이 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문제가 투자협정 체결 당사국의 노동 법규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자칫 보호무역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자 협정 체결이 노동기본권 약화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노동 기본권 보장은 민주당이 줄곧 주장해온 내용으로, 지난 98년 현 무역촉진권과 유사한 빌 클린턴 행정부의 패스트 트랙이 의회로부터 거부당하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무역 협상시 노동기본권 보호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으나 공화당이 이에 반대, 결국 패스트 트랙 자체가 무산됐다.
노조를 정치적 기반으로 한 민주당이 이 문제에 목을 매는 이유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험 때문.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후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임금이 저렴하고 노조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다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자 미국 노조와 민주당은 이 같은 방식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현 부시 행정부는 무역촉진권(TPA)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동과 환경문제와 관련된 이 같은 민주당측 주장을 상당부문 수용했다.
노동권 조항이 포함된 미-요르단 자유무역 협정이 테러 이후 의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공화당의 자세 변화가 주요한 요인이었다.
또 일부 민주당 의원은 ▲ 무역 협정 체결이 미국의 반덤핑 규정을 약화시켜서는 안 되고 ▲ 자유무역으로 피해를 본 미국 근로자에 보상해준다는 조항도 TPA 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등 공화당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통상관련 협상 시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아동노동 문제 등이 심각한 파키스탄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키스탄 등과는 다르겠지만 한국도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하고 있는 핵심적 노동기본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자유무역 및 투자 협정이 자칫 미국의 보호무역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 협정에 따라 노동조합 설립을 제한하는 등 노동기본권 억제를 통해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이나 이를 바라보고 이뤄지는 미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명분 상 다른 국가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주는 것이지만 결국 멕시코의 경우처럼 노동기본권이 마련되지 못한 국가로의 자국자본 이동을 막거나 저임금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수입을 규제하는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반덤핑 조항의 약화 금지'가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 등이 WTO 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반덤핑 관련 국제적 기준 마련에도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국에 이어 미국에 의한 반덤핑 피소국 2위를 기록중인 한국 등은 미국의 관련 조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하다며, 이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