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신화 투자유치·수출연결 총력"대담 : 이종환 산업부 부장 jwlee@sed.co.kr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로 해외에서의 국가이미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그 동안 한국을 '분단과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의 변방국가쯤으로 여기던 사람들도 월드컵 성공과 더불어 최첨단의 정보기술(IT)과 놀라운 경제 발전에 새삼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국가 이미지 상승에 힘입어 앞으로 브랜드 인지도나 수출 단가면에서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를 내심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KOTRA의 오영교 사장을 만나 월드컵이 국가 이미지에 끼친 영향과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전문 무역투자진흥기관으로서의 KOTRA의 진로에 대해 들어봤다.
- 대표팀의 선전으로 월드컵 이후 국가 이미지 개선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 지난 5월 중순 KOTRA가 해외 소비자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인지도 조사에서 한국의 국가이미지 평점이 77.2점(선진국=80점)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월드컵이 본격적으로 고조되기 이전의 조사 결과로 개막 이후 한국 대표팀의 선전과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차원 높은 응원 문화와 질서의식을 감안할 때 다시 조사한다면 큰 폭의 상승이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KOTRA는 현재 월드컵의 국가 이미지 개선 효과를 다시 조사 중인데 이를 분석하여 포스트 월드컵 사업계획 수립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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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TRA의 포스트-월드컵 대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 국가의 개선된 이미지를 수출과 투자로 연결하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우선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집중 소개함으로써 외국인들이 한국과 한국 상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친밀감과 호의를 갖도록 수출 마케팅을 적극 전개할 생각입니다.
또 이 같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차원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투자유치 활동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월드컵 기간 중 가진 해외 CEO초청 행사도 투자유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여러 조치에도 불구,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요.
▲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으로 세제나 부지 제공면에서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미 최장 7년간 법인세 부과를 유보하고 땅은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주재원들의 가족들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미비한데 있습니다. 예컨대 말이 안 통해 특정 사무실 안이나 거주공간 내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차제에 '인베스트먼트 코리아 센터(가칭)'같은 기구를 설치해 일정 구역 내에서는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 없이 기업 및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 해외에서 우리 수출을 촉진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 하반기 우리 수출 전망은 어떻습니까.
▲ 외국에서 전시회를 열거나 현지 투자유치 활동을 벌일 때 키 포인트는 '문화마케팅'입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나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을 가감 없이 전달할 때 외국인들이 가장 큰 감명을 받습니다.
하반기 수출은 전체적으로 현재 수준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올 초 미국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다가 최근 다시 주저앉는 분위기이나 전반적으로는 지속적인 상승 추세속에 있다고 봅니다.
중국도 우리가 아직 개척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고 EU시장 역시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이며 중동이나 중남미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 상품의 수출확대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최근 중국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대거 중국으로 옮겨 가고 있는데요.
▲ 중국에 14개의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모 회사의 사장은 한국에 주저앉아 있다가 사그라지느냐, 아니면 중국에서 재기를 모색하느냐가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인건비 등 생산 원가 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제조업 공동화의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은 현재 전통제조업과 정보기술(IT) 분야가 동시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들 분야에 들어 갈 핵심 부품 및 소재 등 기반 산업으로 특화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70ㆍ80년대 일본이 우리가 조선ㆍ자동차 등으로 산업화를 이룰 때 핵심 부품 및 소재분야를 장악하고 막대한 수출 실적을 올리던 것과 유사한 전략입니다. 국제분업의 차원에서 부품ㆍ소재 산업이 가장 유망한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수출이 국가 경제발전에 중추라고 얘기하면서도 KOTRA는 IMF 이후 수출전진기지인 해외 무역관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습니다.
▲ 외환위기 이후 KOTRA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20여개 무역관을 축소해 현재 전세계 72개국에 98개의 해외 무역관 조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없어지거나 축소된 무역관은 수출활동에 지장이 없는 오지나 한지 무역관이 주였습니다.
하지만 본사 인력을 해외 무역관에 전진 배치해 해외 현장근무 인력을 오히려 70여명 늘렸습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대한 수출지원 인력을 집중시켜 수출 활동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산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없어진 무역관을 다시 복원하는 것도 검토할 문제입니다.
- 올해 공기업평가에서 지난해 4위에 이어 다시 2위에 오르고 개인적으로도 최우수 CEO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OTRA의 현재 위상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구상은 어떻습니까.
▲ KOTRA는 창립 이후 40년간 역량을 쌓아오면서 외국의 무역진흥기관들이 앞 다퉈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KOTRA는 국내 다른 기관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우수한 인적자원과 해외 네트웍이라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 정부기관이나 단체들이 해외 마케팅에 나서면서 업무가 중복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국내외 전시회 개최를 포함한 수출 및 투자관련 해외 마케팅 업무는 KOTRA로 일원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KOTRA는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의 해외 수출활동과 외국 기업들의 국내투자를 지원하는 전문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갈 생각입니다.
정리=강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