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로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핫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불법 정치자금이 제공됐다면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작년까지 제공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논란의 여지조차 없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회가 지난 연말에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소급할 수 없도록 `치밀하게' 못박아 놨기 때문이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회는 작년말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규정에 의한 정치자금 외의 정치자금(불법 정치자금이라는 뜻)에 대해서는 기부받은 자가 상속.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추가했다.
국회는 그러나 이 법률 부칙에서 `상속.증여세 부과는 이 법률의 시행후 기부된분부터 적용한다'고 분명히 명시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법률상 작년말까지 제공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올해 1월이후 제공된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세금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소급금지를 못박는 부칙조항이 이례적으로 들어간 것은 `아예 논란의 소지조차 완벽하게 없애자'는 국회의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작년 12월27일 전체회의를 열어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상속.증여세를 과세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동시에 소급적용을 금지하는 부칙조항을 삭제한 조세심사소위의 결정을 뒤집어 다시 부칙조항을 넣었다.
이날 의원들은 부칙조항을 놓고 찬반 논란을 벌이다 표결에 들어갔으며 참석의원 22명 가운데 18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불법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정치권이 추악한 과거를 숨기기 위해 국민의 사법적 판단을 받을 기회마저 박탈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