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과잉設에 월가 '한파'살로먼증권 가능성 제기·투자등급 하향조정
살로먼 스미스바니증권이 반도체의 공급과다를 지적하는 보고서 한 장으로 월가에 반도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반도체산업이 업종성격상 수급 사이클을 워낙 많이 타기는 하지만 2년전 공급과잉으로 인해 가격 폭락의 홍역을 치룬 후 그런대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왔는데 갑자기 살로먼 스미스바니증권이 반도체 공급과잉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살로먼 스미스바니증권의 애널리스트 조나단 조셉은 이날 반도체의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어드반스드 머티리얼 디바이스(AMD), 내셔널반도체, 실리콘 스토리지 등 4개 반도체회사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이들 4개사의 주가가 10%안팎으로 급락하는 한편 세계 최대의 반도체회사인 인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대부분 반도체회사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필라델피아증권거래소 반도체지수는 9.32% 하락했다.
조나단 조셉의 보고서는 반도체 전체적인 상황보다는 플래시메모리, 이중에서도 휴대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공급 과잉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한 대상도 휴대폰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이다.
휴대폰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될 경우 여기에 사용되는 반도체(탄탈럼 축전기)의 수요가 감소할 것은 당연지사. 탄탈럼 축전기의 가격은 이미 개당 1달러에서 65센트로 하락, 공급과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셉은 게다가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이 확대돼 플래시 메모리의 공급과다 조짐이 농후하고 이에 따라 가격하락가능성이 높은 만큼 반도체회사들의 주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조셉의 이 보고서는 반도체 전체 회사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반도체지수가 올들어 35%나 오르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0%가까이 오르는 등 반도체가 월가에서 가장 많이 오른 업종중 하나인
상황에서 이 보고서가 나오자 매물이 무더기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지만 조셉의 전망이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또 5일의 폭락세도 투자자들의 지나친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않았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 테리 랙스데일은 『18개월만에 처음으로 반도체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가 나왔다』며 너무 오랜만에 부정적인 얘기를 듣다보니 과민반응이 나타난 것같다고 분석했다. 랙스데일은 반도체의 호황이 언제 끝나느냐가 애널리스트들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조셉의 보고서는 타이밍을 너무 앞당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뉴욕 증시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이다. 인터넷, 특히 전자상거래의 간판스타였던 아마존이 리먼브러더스의 애널리스트 라비 수리아의 보고서 한 장 때문에 출렁거리면서 이후 내로라는 애널리스트들이 반박보고서를 숱하게 쏟아냈지만 이를 만회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조나단 조셉의 보고서에 대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비판하고 있지만 일단 5일 시장은 조셉의 보고서 내용대로 움직였다. 앞으로 반도체 주가가 조셉의 보고서대로 움직일지, 아니면 조만간 발표될 2·4분기 실적에 좌우될지 월가의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입력시간 2000/07/0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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