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브로드밴드 완전 자회사로 편입

취약 '유선·IPTV' 투자 확대
유무선 결합 시너지 강화 노려
망 투자 적극 나설 토대 마련
SKT 부인 불구 합병 수순인듯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SK그룹의 통신사업 분야에서 취약점으로 꼽혀온 유선과 인터넷YV(IPTV)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SK텔레콤이 무선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지배 사업자였던 반면 SK브로드밴드가 담당하는 유선과 IPTV 분야에서는 지배적 사업자인 KT에 비해 가입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세에 처해 있다. 무선과 유선 및 IPTV를 묶어 결합상품으로 판매하는 최근의 통신시장 추세에서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SK브로드밴드의 유선 및 IPTV 판매는 SK텔레콤의 유통망을 활용한 재판매가 대부분이었다. 유선 분야 최강자인 KT가 '기가인터넷'을 내세우며 무선 가입자까지 끌어들이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번 완전 자회사 편입을 통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유선과 IPTV 분야 투자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소수 주주의 반발을 의식해 막대한 초기비용이 소요되는 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소수 주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만큼 수익성보다는 규모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얘기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완전 자회사 편입으로 SK텔레콤은 유선과 IPTV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이를 통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완전 자회사 편입 내지 합병은 예견된 시나리오"라며 "향후 통신 3사 간 결합상품 판매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브로드밴드가 향후 유선망을 통한 기가인터넷 및 기가와이파이 분야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기가인터넷 분야에서 SK브로드밴드는 경쟁사인 KT나 LG유플러스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기가인터넷 가입자 수 공개를 극도로 꺼릴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은 향후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향후 5G로 넘어갈 무선 시장과의 시너지를 위해서는 유선에서도 기가인터넷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발표하면서 "합병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완전 자회사 편입이 합병을 위한 전 단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선과 무선 및 IPTV를 동시에 영위하는 KT와 LG유플러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전 자회사라 해도 법인이 다르면 양사 간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KT는 지난 2009년 무선 사업자인 KTF와 합병했으며 LG유플러스는 2010년 무선인 LG텔레콤과 유선인 파워콤·데이콤과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SK텔레콤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무선 지배력의 유선 지배력 논란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지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합병은 필연적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유무선 결합상품이 통신 시장 마케팅의 대세인 만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합병을 두고 완전 자회사 편입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시장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승인을 우선 피해가자는 의도로 보인다"며 "일단 완전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다가 적절한 시점을 택해 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완전 자회사 편입작업 마무리 이후 SK브로드밴드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최근 정기 특별퇴직 조건을 완화하고 퇴직금을 인상해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등 조직 살 빼기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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