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학생 김모씨는 기말성적을 받아 들고 적지 않게 놀랐다. A+를 기대했던 과목의 학점이 C로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당 과목 교수에게 성적정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e메일로 보냈고 사흘 뒤 '검토해보겠다'는 한 줄짜리 답변만 받았다. 그러나 김씨의 성적은 정정기간이 끝난 후에도 그대로 C였다.
매년 성적정정을 놓고 교수와 학생 간 전쟁이 벌어지지만 정작 정정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과 교수들이 늘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가 서운하고 교수들은 짧은 기간 안에 많은 학생들의 정정의사를 확인하려다 보니 손이 부족해 웬만하면 정정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들의 성적 정정기간은 보통 학기가 끝나고 2∼3주 후에 시작되는데 기간은 3∼7일 정도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의 학사 시스템을 통해 성적을 확인하고 이 기간 해당 과목의 교수에게 본인의 성적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의를 할 수 있지만 정정기간이 짧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A대학의 한 학생은 "일부 교수는 성적에 대해 문의하면 성적을 낮추겠다고 협박을 하거나 해외출장을 핑계로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기간이 짧아 자세한 의견을 교환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교수들 입을 통해서도 나오고 있다. B대학의 한 교수는 "정정기간에 받는 e메일은 대부분 성적을 올려달라는 일방적인 내용만 있는데다 기간도 사흘 정도로 짧아 그 기간 동안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성적정정 기간을 따로 두지 말고 해외 대학처럼 학기 중에 개별 과제와 시험에 대해 미리 피드백을 하는 것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노팅엄대의 경우 보고서를 2부 제출해 1부는 채점 후 돌려받는데 보고서 표지에 코멘트란과 총점란이 있어 학생 본인의 보고서의 점수를 바로 알 수 있다. 성적이 공개될 때도 세부성적을 입력하는 칸을 통해 항목별 점수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투명하고 성적이 매겨지다 보니 성적에 불만을 갖는 학생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템플대에서 수학한 방현준씨는 "미국 대학의 경우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상당했고 성적 정정에 대한 문의와 답변도 가능하다"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진행되는 국내 대학의 짧은 성적정정기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