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요금 인상 빌미 삼아선 안 될 원가 뜯어보기

공공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부가 공공요금의 원가구조를 뜯어보겠다고 한다. 신년벽두에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원가검증 발언이 나오더니 곧바로 물가 관련 차관회의에서 공식 정책의제로 채택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원가분석팀을 설치해 공기업의 인건비와 재료비·사업비 등 원가 산정의 정확성은 물론 원가절감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공요금 가운데 가스요금을 비롯해 전기·수도·철도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검증 대상이다.

정부가 공공요금의 원가구조를 따져보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공기업은 그동안 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공공요금을 가장 만만한 물가정책 수단으로 활용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국민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만 하면 체감도 높은 공공요금부터 동결해왔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가를 밑돈다는 공기업의 볼멘소리에 적잖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요금의 원가회수율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많았다. 원가구조는 민간기업에는 영업비밀에 속하지만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런데도 공기업들이 속 시원하게 원가를 공개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공공요금의 원가구조를 뜯어보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원가를 구성한 비용 기준을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환율이나 원료가격의 변동성도 감안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다. 해당 공기업은 물론 정부 일각에서조차 괜한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번 검증은 공공요금 책정기준을 둘러싸고 야기된 사회적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다만 원가검증이 공공요금 인상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요식절차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의 원가검증이 그러자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했지만 철밥통을 깨겠다면서 요금을 인상한다면 개혁의 진정성마저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인상요인이 있다면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마땅하지만 적어도 납득할 만한 공기업의 자구노력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