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의 단기전 종결에도 불구, 당초 예상처럼 미 경제가 조기에 회복할지 여부는 속단키 어렵다.
지정학적 불안이 여전히 미 경제를 위협하고 있고, 또 이라크전 만이 미 경제 침체 요인으로 작용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문학적 전쟁비용 지출과 감세에 따른 재정부담이 미 경제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고 전쟁이 종식됐다고 해서 소비나 투자위축 현상이 곧 되살아 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얘기다.
◇국제정치 여전히 미 경제 위협= 미 경제의 회복 여부는 앞으로 이라크내 국지적 저항이 얼마나 지속될는지, 또는 미국내 테러의 재발이 있을 것인가의 여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슬람권의 조직적인 저항이나 보복공격이 이어질 경우 미국인의 소비나 투자는 계속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또 미국이 시리아나 북한 등을 목표로 이라크 같은 해결방식을 도입하려 할 경우 역시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경제가 되살아 나는 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경기침체 이라크전 때문만은 아니다= 미 경제의 조기 회복에 부정적인 이들은 현 경기 침체가 이라크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있다. 즉 지난 90년대 이뤄진 장기 호황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으로 현 침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단순히 전쟁에 따른 심리적 요인으로 경기가 가라앉았다면 소비 위축에 따른 문제가 먼저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3월 소매 판매는 전년대비 2.1% 증가하면서 2001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즉 미국인의 소비심리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탄력적이라는 얘기다. 반면 경제 전체의 구조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실업률은 3월 현재 5.8%를 기록, 이미 적정실업률 5%를 넘어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각 기업이 호황기 과잉투자에 따른 거품을 완전히 제거되기 전까지는 미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천문학적인 전비 지출에 따른 재정적자도 큰 문제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다. 그만큼 전비를 조달하는데 차질을 빚는 한편 당초 책정했던 예산에 비해 더 많은 돈이 전쟁에 투입됐다.
이러다 보니 감세정책으로 인한 미국의 재정적자는 더욱 커지게 될 전망이다. 올 예산적자 규모가 3,00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의회 일각에서는 전비나 전후복구자금 규모를 감안할 때 4,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회복 가능성=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라크의 유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할 경우 미 경제가 조금씩 탄력을 받을 것으로는 보고 있다. 즉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떠받히는 기본구조가 튼튼해 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후복구사업의 주도적 참여 등 승전의 혜택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미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단계에 들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순욱기자 swch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