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유럽연합(EU) 11개 회원국이 시행하기로 합의했던 단기성 외환거래에 대한 금융거래세(이른바 토빈세)가 초안에서 대폭 후퇴하면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금융위기 재발 방지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EU 11개국이 합의한 금융거래세 법안의 과세대상이나 세율이 대폭 줄어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수정안은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에 대한 동시 과세가 아니라 일단 국가 간 주식거래에만 금융거래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채권거래 과세는 2016년으로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그 이후로 시행시기가 늦춰졌다. 세율도 대폭 낮췄다. 당초 주식과 채권 기준으로 거래금액의 0.1%를 과세하려 했지만 이번에 0.01%로 대폭 낮췄다.
이 경우 2016년에 채권이 과세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연간 세수가 당초 예상했던 350억유로에서 35억유로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또한 특히 매수ㆍ매도인이 EU 밖에서 거래할 경우 과세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단서마저 달려 제도 시행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신은 "개정안이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금융거래세 시행에 반발해온 은행권과 영국의 승리라고 평가할 만하다"며 "시행시기 역시 내년 1월에서 더 늦춰질 가능성이 있어 이대로라면 '이빨 빠진 호랑이' 격의 법안"이라고 전했다.
독일 등의 적극적인 찬성 아래 지난해 10월 성사됐던 합의안이 크게 축소된 것은 각국의 이해득실이 엇갈리며 법안 시행에 따른 이득보다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에 시달려온 EU 각국이 신규 세원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법안 시행에 앞다퉈 동의했지만 점차 잠재적 위험성을 깨닫게 되면서 분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세계 주요국이 아닌 EU 단독으로 이 같은 과세안이 시행될 경우 유럽의 금융허브 위상이 크게 후퇴하고 재정위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U 내 은행 대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도 악화될 수 있고 남부 유럽국의 국채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도를 추진한 핵심 국가였던 독일에서마저 파생상품 과세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올 들어 수차례 회합을 열었지만 '단계적 시행' 외 대부분이 백지상태가 되는 등 현실적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