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는 7일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0.8루블 떨어진 20.4루블에 거래됐다. 이는 한달새 26%나 폭락한 것으로 지난 8월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 선언후 나타났던 루블화 폭락세가 재연되고 있는 모습이다루블화 폭락의 주원인은 러시아정부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시급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확답을 받지 못한데다 심각한 재정적자 타파를 위해 루블화를 대량으로 찍어낸 데 있다. 게다가 국민들이 앞다퉈 예금을 달러로 바꾸고 있는 것도 루블화 폭락을 가중시켰다.
러시아는 지난 여름 금융·외환위기에 빠진 이후 세입이 급감하고 있고 기업이나 개인들의 세금납부 거부도 심각해 재정적자가 산더미처럼 불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0월에 35억루블(1억7,200만달러), 11월 100억루블(4억9,000만달러)를 찍어낸데 이어 이달 들어 70억루블(3억4,400만달러) 이상 화폐량을 증가시키는 등 재정적자 줄이기에 나섰다.
타티아나 파라모노바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서방의 구제금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정적자 타개, 외채 해결을 위한 통화증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전문가들은 IMF나 세계은행의 구제금융이 실시되지 않는 한 루블화 폭락세가 멈추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은행 구제금융팀이 7일 모스크바에 도착했으나 226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IMF가 실제로 행동을 옮겨야만 세계은행이나 선진 서방국의 러시아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조짐이다.
러시아와 서방 채권국들은 9일 부채이행 시한에 대한 재조정에 들어간다. 러시아 정부는 1,439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갚기 위해 서방의 대규모 긴급지원이 필수조건이라고 재차 강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와 서방간의 협상이 실패,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루블화가 달러당 25루블, 최악의 경우 80루블까지 치솟을 경우 러시아의 운명은 또 다시 칠흙같은 어둠속으로 빠질 예상이다.
한편 폐렴 치료차 입원중인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7일 대통령 행정실의 주요 비서진에 대한 인사를 감행, 2000년 대선까지의 집권욕을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그동안 옐친 사임을 강력히 요구해왔던 공산당 등 야당의 반발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러시아는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