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에 오색등이 꽃처럼 피어있고 광화문 앞에는 아치모양의 무대가 세워졌군요. 층마다 밤새 불을 환하게 밝힌 정부청사에는 새천년 새출발이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있구요.새해가 2000년임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단기 4333년으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이네요. 이 땅에 하늘이 열린지 천년을 네번하고 333년을 더 맞았는데 2000년을 새로 맞는다고 요란을 떨고 있으니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기독교문명의 세뇌력이 무섭기도 하네요.
2000년이던 4000년이던 새해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희망과 설레임을 갖게하지요. 어제 떴던 해가 다시 떠오를 것임을 누구나 알면서도 새해 아침에 뜨는 해는 무언가 더 찬란할 것 같다는 아름다운 착각을 하게 되지요.
한해를 보내고나서 착각을 정각(正覺)으로 현실화 시킨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지만 대부분은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새해에 또다시 희망을 걸게되는 거죠.
아무튼 새해는 그래서 좋은 거죠. 가진 사람이나 안 가진 사람이나 뭔가를 걸수 있으니까요.
축제는 요란해야 축제지요. 집집마다 거리마다 불을 밝혀야 축제 맛이 나죠.
밤새 불야성인 광화문 종합청사 앞을 지나던 택시 운전사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근무자도 없는 건물에 밤새 불을 켜놓을 일이 뭐람』
하루 쯤이야 축제를 위해 불을 밝힐수 있지만 전기료가 국민세금임을 잊어서는 안되지요. 나라 살림도 겉멋이 아니라 실속있게 꾸려가는 자세가 새천년에는 꼭 필요하다고 봐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인터넷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