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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의 순연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직도입과 국내 면허생산을 통해 공군이 수령한 134대의 KF-16 개량은 전력증강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개량될 KF-16은 현재 운용 중인 KF-16과 다른 기종으로 불려도 좋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갖춰 지연을 거듭해온 차기 전투기사업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개량 KF-16은=정부가 1조7,000억원의 총사업비를 책정한 KF-16 개량사업은 차기 전투기 도입만큼 중요한 사업으로 꼽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개량된 KF-16은 (2025년께 전력화 예정인) 국산 차기전투기(KFX)를 능가할 정도로 고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종"이라고 평가했다. 공군도 내심 미들급 전투기인 기존 KF-16가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하이급에 근접하는 기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기존의 134대도 수량으로는 전체 공군 전투기의 34%를 차지하고 실제 전력 비중은 60%에 달하는 KF-16의 성능개량을 전제로 차기 전투기사업을 진행해왔기에 공군 전체의 전력 유지가 어려워졌다.
◇사업 속개하려면 최소한 2년 걸려=미국 정부가 BAE에 사업중지명령을 내린 이상 사업 연기가 불가피하다. 당장 5월에 미국 BAE 포트워스 공장으로 가져가 해체와 정비·개량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KF-16 두 대가 뜯긴 상태에서 사업이 중단됐다. 사업이 속개될 가능성은 두 가지다. 미국 정부와 BAE가 무리한 요구를 꺾는 방안이 첫 번째이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 번째는 사업자 선정 당시 차순위였으며 F-16 시리즈의 개발·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새로운 계약을 맺는 방법이다. 유력한 방안은 두 번째이나 BAE와 계약이 해지돼야만 가능하다는 전제가 붙는다. 문제는 계약 해지도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식이든 추가비용 발생 불가피=지금까지 집행된 정부자금은 2013년 1,960억원, 2014년 49억원으로 총 2,009억원이다. 여기서 대외군사판매(FMS) 계약의 특성상 미리 나가는 돈을 제외하더라도 1억달러 정도는 이미 집행됐다는 게 미국 정부와 BAE의 계산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추정하는 실제 집행액과는 차이가 크다.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정산을 둘러싸고 갈등과 시일 요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해외 메이저 무기업체의 한 국내 에이전시는 "계약을 해지해야 신계약이 가능할 텐데 해지에만 1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걸린다"며 "자칫 시일이 흘러 사업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가 BAE에 받아놓은 약 8,000만달러의 입찰보증금을 압류하느냐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투기 공백 메울 길은=마땅치 않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개발할 국산 차기 전투기용 레이더와 항전장비를 KF-16 개량에 준용하는 방법을 거론하지만 기술의 벽이 높다.
양욱 한국안보포험 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 통합기술은 쉽게 얻을 수 없다"며 "애초에 정부가 실제 성능을 낼 수 있을지보다 저가낙찰을 고집한 결과"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록히드마틴이 대만과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 공군, 미국 주방위군의 개량사업을 맡을 경우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새로운 계약에도 시일이 걸리고 전투기 세력 약화는 피할 수 없게 생겼다. 아쉬운 대로 유럽제 전투기 리스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국내 전투기 및 무장과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