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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그 동안 견고하게 구축했던 서로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오페라가 영화를 끌어들이고, 패션디자이너가 발레나 현대무용 연출가로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 하이브리드(Hybrid)'가 강화되는 것.
7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상영관 메가박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보여주는 '메트 라이브 HD(The Met: Live in HD)' 2013년 시즌을 지난달 9일 개막해 상영에 들어갔다. 상영관은 메가박스 코엑스점, 센트럴점, 킨텍스점, 목동점 등 4개 지점으로 주2회씩 방영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이 현지 오페라 공연의 실황을 영화로 만들듯이 촬영해 공급한다.
현장에서도 볼 수 없는 가수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 땀방울까지 HD(고화질) 화면으로 잡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 메가박스가 지난 2009년부터 상영한 이 시리즈는 첫해 1만1,554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2010~2011시즌에는 2만262명, 2011~2012시즌에는 2만4,888명이 관람했다. 가격은 일반 3만원, 청소년 2만5,000원으로 일반 영화에 비해 3배 정도 높지만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올해 상영작은 메트 오페라의 2012~2013년 시즌 12개 작품 중 선별된 9개 작품.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오텔로''아이다''리골레토' 등 그의 작품들을 많이 선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안무 안성수, 연출ㆍ메이크업ㆍ조명 정구호'. 국립무용단이 오는 10일~14일, 5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올릴 한국무용 '단'의 주요 제작진이다. 안무는 안무가 안성수로 귀에 익지만, '연출자 정구호'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여성복 '구호'와 '르베이지'라는 패션브랜드를 만들었고 현직 제일모직 전무이기도 한 패션디자이너 정구호다. 한국무용과 현대패션이 한 무대에서 만난다는 말이다.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의 공연연출 도전은 지난해 6월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 기념 창작 모던발레 '포이즈'(POISE) 이후 두 번째. 정씨는 당시 발레공연의 의상은 물론 무대 연출까지 맡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패션과 춤을 접목해 감각적인 무대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국립발레단이 9일~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에서 공연하는 '라 바야데르'도 패션 디자이너가 발레공연에 참여한 케이스다. 안무는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담당하지만 의상과 무대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가 원래 빚쟁이 예술로 영화ㆍ문학ㆍ음악 등 각 분야가 서로 빚지면서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하기 마련"이라며 "최근 관객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예술 각 분야에서 상호간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