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 355조] 또 한계 드러낸 국회

외촉법 밤샘 공방 … 쪽지예산 끼워넣기 고성 난무 …

새해 예산안이 극심한 진통 끝에 1일 새벽5시30분에 국회를 통과했다. 2년 연속 해를 넘겨 몰아치기 식으로 예산안이 쟁점법안과 함께 통과된 것이다.

여야는 이번 예산안을 처리하며 예산안과 국정원개혁법,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검찰개혁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부자증세를 각각 주고받는 거래(딜)를 거듭했다. 특히 마지막 걸림돌인 외촉법은 밤샘 논란 끝에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검찰개혁법을 처리하는 조건으로 1일 오전10시30분에야 통과됐다. 전날 오전 본회의가 개의된 지 24시간을 넘겨서였다.

여야는 이날 새벽 예산안 통과 직후까지 '여당 실세 쪽지 예산 끼워놓기' 여부를 놓고 원색적인 공방을 주고받으며 새해에도 여야 관계가 갈등과 대립으로 흐를 것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투쟁과 대결·갈등관계에서 벗어나 공존과 타협, 대안을 내놓는 정치문화를 만들지 않고서는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각 당 지도부는 교섭과 협상력 부재에다 당내 지도력에도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일부 의원들은 1일 오전 본회의가 산회한 뒤 "그나마 예년과 달리 날치기와 몸싸움 사태 없이 예산과 법안을 처리해 다행"이라면서도 "계속 이렇게 몰아치기 식으로 처리하는 관행은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는 앞서 지난해 12월31일 낮 전날 밤샘협상을 거쳐 극적으로 국가정보원 개혁안에 합의해 늦어도 '제야의 종'이 울리기 전에 예산안과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정원개혁법과 예산안의 '빅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전날 이미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부자증세를 주고받은 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민주당 강경파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암운이 드리워졌다.

특히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외촉법에 대해 "재벌특혜법안으로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며 상정을 끝내 거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확인된 외촉법 반대기류를 반영해 새누리당 지도부에 2월 처리를 주장했으나 국정원개혁법 처리도 같이 미루자는 새누리당 측의 답을 들었다. 국정원개혁법 처리에 빨간불이 켜지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오후10시 의총에서 외촉법 처리 수용을 결정했다. 그래도 박 위원장은 법사위 '상정 불가'를 고수하며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라는 검찰개혁 카드를 꺼냈다. 결국 여야는 지도부와 법사위원들이 나서 검찰개혁법의 2월 국회 처리에 합의한 뒤 1일 새벽3시35분께 법사위에서 야당 간사가 의사봉을 잡은 채 외촉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더욱이 곧바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쪽지 지역 예산 끼워넣기' 논란을 민주당이 주장하면서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자 강창희 국회의장은 오전5시50분 정회를 선포했다. 민주당은 의총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여당 실세의 예산 챙기기를 위한 대국민 사기'라고 공격했고 새누리당은 '외촉법 처리 지연 전술'이라고 받아쳤다.

결국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을 거쳐 오전9시30분께 본회의가 속개됐고 외촉법 등은 오전10시반에야 본회의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낮 초췌한 모습으로 기자와 만나 "밤새 잠도 한숨 못 자고 회의와 토론을 했다"며 "오랜 논란과 진통 끝에 여야가 민생예산 증액과 부자증세·국정원개혁법 등을 처리했으나 국민들께는 대결과 갈등의 이미지만 남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터는 여야가 11월 말까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예산안이 12월1일에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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