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우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 피랍] "위험에 상시 노출" 중동진출 기업 초긴장

리비아 진출 기업인·교민, 작년 무장 강도 10차례 만나
현지업체 보안 맡고 있지만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 못해
현지 대책반 소재파악 총력

KOTRA 해외투자협력국의 한 직원이 20일 서울 헌릉로 사옥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한석우 트리폴리 무역관장의 피랍 소식이 전해진 후 KOTRA는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한 관장의 안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정보력을 집중했다. /이호재기자


리비아에서 괴한에게 피랍된 한석우(39)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KOTRA와 무역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2004년 KOTRA에 입사해 중동전문가(한국외대 아랍어과 졸업)라는 이유로 근무 기피지역인 이란(4년)을 포함해 중동 지역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던 한씨는 2012년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무역관장을 맡게 됐지만 가족들과는 '생이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해오다 피랍됐다. 리비아의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한 관장의 부인과 자녀는 인근 국가인 몰타에서 생활하고 한 관장은 평소에 리비아에서 근무하다 가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몰타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OTRA 직원을 비롯한 현지 기업인들이 해외에서 얼마나 외롭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으며 국익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관장은 19일 오후5시께(현지시각) 기사와 차량으로 퇴근하던 중 납치됐다. KOTRA 측은 "이라크 같은 준전시 지역은 이동 중 경호까지 지원하지만 리비아의 경우 공관 등의 시설에만 경호원이 근무하도록 하는 형태"라며 "이 외에도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계약을 맺은 현지 보안업체가 KOTRA 직원을 안전하게 인근 국가로 이송해주는 등의 보안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이번 사건은 갑작스럽게 발생해 미처 대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영호 KOTRA 사장은 20일 새벽1시께 피랍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출근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KOTRA 직원이 해외에서 납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OTRA 관계자는 "아직 납치범들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단계지만 우선 한선희 중동지역본부장(두바이무역관장 겸직)을 현지에 급파해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이 주도하는 현장대책반에 합류하도록 했다"며 "납치범들과 협상이 개시되면 추가로 직원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건이 발생한 직후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은 리비아의 외교부·국방부·정보부·내무부·경찰 등 정부 기관과 지역 민병대 등을 접촉해 피랍자의 조속한 소재 확인과 안전한 석방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며 "국내에서는 외교부 재영 대사를 반장으로 해 관계부처들로 구성된 대책반을 설치했고 주한 리비아 대사 대리를 호출해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리비아는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 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아예 여행금지를 권고하는 특별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한 관장은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2004년 12월 KOTRA에 입사했으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로 돌아와 근무한 후 2012년 7월 트리폴리 무역관장으로 발령 받았다. KOTRA의 해외 무역관장은 보통 입사 15년차 이상의 부장급 직원이 맡게 되지만 아랍·아프리카·남미 등 해당 지역 언어 구사자가 많지 않은데다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의 경우 30대 후반의 젊은 관장이 부임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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