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임금 협상에 들어간 금융산업 노사가 임금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열린 7차 임금 협상에서 금융산업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2.8% 인상 뒤 시간외ㆍ연차 수당을 줄여 1.4% 반납하는 안에 대해 원칙적인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반납폭은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은행별 실태 조사 뒤 결정하겠다는 수정안을 냈다.
노사 양측이 이견을 상당 부분 좁힌 것이지만 이면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노사가 원칙적으로 공감한 안이 인상폭을 2.8%로 확정한 뒤 나중에 반납하는 형태라 내년 임금협상안에서도 기준점은 2.8%가 될 수밖에 없다.
은행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인상폭(3.0%)은 무리라는 여론이 높지만 최대한 비슷한 수준에서 임금 인상폭을 맞춰 놓은 셈이다.
특히 일단 임금을 올리고 수당을 반납하는 형태라 실제 수당 반납폭이 얼마나 될지 불분명한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사 모두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는 여론을 피해가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이날 협상에서도 노사 양측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웬일인지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안에 대해 별다른 반대 없이 수정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협상까지 노조가 격앙된 반응을 보인 점을 염두에 두면 사뭇 의외다.
금융 노조 관계자는 “사측 안의 취지를 받아들였다고 보면 된다”며 “일단 TF를 만들어 연차 수당 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상분을 받은 뒤 실태 조사 결과에 따라 내년에 그 폭만큼 토해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노사가 올해 임금인상을 가급적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면서도 협상 내용에 대해 비판 여론이 나오지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협상 관계자는 “아직 합의까지 갈 길은 멀지만 생각보다 진척이 있다”며 “올해 임금 협상 타결이 이르면 추석 전후로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