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자기반성과 정책대안 제시가 중심이다.안상영 부산시장 자살이라는 돌발 상황 때문에 `야당탄압` 주장이 연설 직전 추가되긴 했지만, 과거와 같은 원색적 대여 공세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정치공세는 민경찬 펀드 의혹, 대선자금 수사의 `편파성`,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 등 최근의 쟁점 현안으로 최소화했고, 그 강도도 기존 수준을 넘지 않았다.
이런 기조변화는 `차떼기 대선자금`으로 인해 여전히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은 자성과 당 개혁을 우선할 때”라는 인식인 셈이다. 최 대표가 연설 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은 (정치권이) 싸우는 데 진저리를 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대표는 공세 대신 “국민에게 용서만 구할 수 있다면 광화문 네거리에서 석고대죄라도 하고 싶었다”며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사과했고, “자기희생을 소홀히 한 채 부정부패 인사의 우산이 되기도 했다”며 당의 과거를 반성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당사 및 천안연수원 매각, 혁신적 공천 물갈이 약속도 나왔다.
최 대표의 정책 대안은 투자, 교육, 가정, 외교ㆍ안보, 부패척결ㆍ정치개혁 등 `5대 부분 혁신`으로 요약된다. 그는 특히 권역별 투자지역 조성, 고부가가치 산업의 법인세 면제 등 투자활성화 조치의 추진 방침을 밝히고 “경제를 살리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외교에 동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대표가 총선 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이를 민주당과의 연대 고리로 삼아 총선까지 민주당을 `3자 구도`의 한 축으로 끌고 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성식 기자 ssy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