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2일 별건 기소된 개인비리 사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6,275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은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현금 1억2,000만원, 미화 4만달러, 순금 20돈 십장생, 스와로브스키 호랑이 크리스털 등을 받은 혐의로 작년 7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현금과 미화를 받은 혐의를 유죄로, 순금과 크리스털을 받은 혐의를 무죄로 각각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09년 7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객실에서 황 대표로부터 홈플러스 연수원 신축공사에 필요한 산림청 인허가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았다.
원 전 원장은 인허가가 지연되던 와중에 5,000만원을, 이후 인허가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해외 출장길에 미화 3만달러를 추가로 받는 등 네 차례에 걸쳐서 총 1억6,000여만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고 처신에 유의해야 하는 국정원 수장으로서 건설업자로부터 다른 국가기관 소관 사항에 대한 청탁을 받아 알선의 대가로 사적 이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변명에 급급했다”며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커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는 원 전 원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황 대표의 진술이었다. 재판부는 황 대표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일 뿐 아니라 여러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울러 황 대표와 원 전 원장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금품 제공·수수의 명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 전 원장이 순금 십장생과 호랑이 크리스털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청탁이나 알선의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해당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황보연이 피고인에게 수시로 고가의 선물을 했을 뿐 아니라 황보연 스스로도 그것이 단순한 생일 선물이라고 진술했다”며 “알선수재 혐의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구속만기일(24일)을 이틀 앞두고 이날 실형을 선고받음으로써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남은 재판을 구속된 상태로 받게 됐다.
재판부는 당초 두 사건을 비슷한 시기에 일단락 지으려 했으나 선거법 사건의 심리가 길어지고 변호인도 개인비리 사건의 판결을 먼저 선고해달라고 요청해 이날 선고공판을 열었다. 선거법 사건 관련 재판은 오는 27일 속행된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