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통일준비위원회 공개 세미나의 두 번째 세션인 종합토론에서는 동북아 다자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의 실현 가능성 및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조언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주중 경제공사)는 중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 정부의 신(新)실크로드 정책을 설명하고 우리의 대응 전략을 밝혔다. 정 교수는 "중국 중앙정부의 프로젝트인 신실크로드를 현실화하기 위한 자금원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출범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고속철도로 바꾸려는 계획이며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우리의 다자경제협력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구 중앙공무원교육원 국제교육협력관(전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은 "러시아는 극동개발에서 한국이 파트너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러시아의 최대 관심 사안인 만큼 한러 간 비중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 다자경제협력을 할 경우 경제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우리 정부와 달리 러시아는 안보나 전략적 이해관계를 우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병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전 주일공사)은 "일본은 대북제재나 미국과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현재 상황에서 동북아 다자경제협력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보다 큰 관점에서 일본이 관심을 보이는 가스 파이프라인이나 에너지 문제 등과 연관시켜 일본의 참여와 협력을 구한다면 일본의 참여 의지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윤환 한국무역협회 전문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운임이 떨어지자 물동량이 해운쪽으로 옮겨가며 TSR 물동량이 급감했다"면서 나진항이 한국의 TSR 화물 기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중국 훈춘에 20년 후를 내다보고 대단지 물류단지를 확보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장기적 관점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접근한다면 사업 참여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