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27일 105엔대로 떨어지며 지난 2000년 9월 이후 3년 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엔고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은 과잉 유동성이 아시아 시장을 향하는 추세 속에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거시 경제적 판단 때문이다. 여기다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을 2주 앞두고 일본 정부가 환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날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본 재무성 장관은 기존 입장을 변경,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꾀하고 있지 않다”고 27일 강조했다. G7 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환시장 개입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일종의 제스쳐지만, 이는 외환시장에서 곧바로 일본 정부의 외환 정책 변경 시그널로 작용, 엔 강세를 부추겼다.
일본의 최근 무역수지 발표는 미국과 유럽의 엔화 절상 압력에 무게를 실어주며 엔고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엔고에 따른 당초 우려를 깨고 전년에 비해 4% 증가한 10조2,380억엔(약 965억달러)를 기록, 3년래 처음 10조엔을 돌파했다. 엔고로 인해 대(對)미 수출이 10% 감소한 반면 대(對)중 수출이 33% 늘어, 엔고로 인한 손해를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 이는 일본이 약달러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특히 유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G7 회담에서 유럽이 엔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엔고 저지를 위해 외환 시장 개입을 멈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무역수지 흑자의 두 배에 달하는 20조엔 규모의 환시장 개입에 나서 엔고 상승폭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일본중앙은행(BOJ)이 엔고 저지를 위해 조만간 대규모 `엔 매도, 미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27일 미 국채 수익률은 4%대로 떨어졌다. 이 같은 BOJ의 통화 확대 조치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우려, 이자율을 높일 경우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 유동성의 흐름이 미국과 일본의 거시 정책 변경에 따라 지금과 반대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저로의 추세 전환은 어려울 것이며, 일각에서는 G7 회담 이후 엔/달러 환율이 103엔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중단기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