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예산 절반규모 풀려…백화점·유흥가 '들썩''5,000억원을 잡아라.'
울산이 술렁이고 있다. 올해 수출을 선도했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원청 및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사상 최대의 연말 상여금과 성과급을 지급받음에 따라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계는 물론 유흥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울산시 전체예산의 절반 규모
두 회사 원청근로자 4만8,000여명이 받는 연말 상여금과 성과급은 대략 4,400억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만8,000여명은 28일 성과급 300%와 노사협상 타결일시금 160만원을 받은 데 이어 내년 1월5일 올해 임단협에서 합의한 월 9만6,750원의 임금인상안 소급분(14개월치)을 받는다. 1인당 평균 1,000만원, 모두 2,800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직원 2만여명도 24일 정기상여금 200%를 수령한데 이어 31일 특별성과급 200%를 지급받을 예정. 1인당 평균 800만원으로 모두 1,600억원이다.
덩달아 두 회사의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1만여명도 100~200%의 성과급이 예정돼 있어 울산지역에서 풀리는 돈이 줄잡아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울산시 전체 예산 1조원의 절반에 이른다.
◇백화점, 나이트클럽, 룸살롱은 북적
=가장 바빠진 곳은 대형 백화점과 할인매장. 업계는 브랜드세일, 고가의 경품행사, 사은품 지급 등 유례없는 물량공세를 펴며 특수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 등 일부 고가제품은 입도선매 현상까지 일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이달 들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늘었으며 지난 8월 개점한 롯데백화점은 지난달에 비해 30%나 뛰었다.
롯데백화점관계자는 "사은행사 내용이 지난달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이달 들어 매출이 급등하고 있다"며 "두 회사 근로자 주머니가 두툼해 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흥가도 들썩이고 있다. 대형 나이트클럽 10여개가 두 회사 근로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며 최근 잇따라 영업을 시작했다. 과당 난립에 따른 휴폐업의 예상을 깨고 34개 나이트클럽이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룸살롱도 상한가다. 200~300여개의 룸살롱이 모여 있는 남구 삼산동일대에는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이 눈에 띠게 늘고 있다.
마담 김모(30)씨는 "요즘 회식을 마친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이 3~5명 단위로 찾고 있다"며 "연말까지 테이블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귀띔했다.
◇은행은 웃고 울고
두 회사에 급여구좌를 개설해 놓고 있는 은행들은 한마디로 일희일비(一喜一悲). 두 회사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과 경남은행 등은 연말상여금과 성과급의 한시적 예치로 수억원의 예대마진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걱정거리도 있다. 가계 대출을 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만기일 이전 전액상환에 나설 경우 대출세일을 벌일 정도인 은행들의 자금운용 사정이 더욱 나빠지기 때문.
경남은행 울산본부 정건용차장은 "벌써 각 지점을 통해 조기상환을 문의하는 전화가 밀려들고 있다"며 "두 회사 근로자들이 조기상환에 대거 나설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