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개방 시대를 맞은 일본 대중 문화가 우리 영화가에 어떤 파고를 일으킬 것인가. 1월 시행된 4차 추가 개방을 맞아 일본 영화의 영향력을 지켜보는 일반의 시선도 어느 때 보다도 높아져 있다. `국제영화제 수상작`(1~2차), `12ㆍ15세 관람가`(3차), `18세 관람가`(4차) 등으로 점차 추이를 달리해 온 영화 개방의 결과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게 우리 영화가의 반응. 하지만 여타 문화 장르의 개방 추이와 흐름을 같이 하도록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도 만만찮다.
◇일본 영화 흥행 추이=지난해 하반기는 어느 해보다 다양한 일본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던 시기였다. `18세 및 제한상영가 개방`등 일본영화 전면개방 소식이 전해지며 상반기의 배가 넘는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 하지만 흥행 결과는 영화 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한 `참패`수준으로 귀결됐다. 멜로 영화인 `냉정과 열정사이`(25만명) 등이 체면 치레를 했을 뿐 `바람의 검 신선조` `환생` `음양사` 등 현지 흥행작들이 관객의 관심권에 들지 못했다. 겨우 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다녀간 일본 흥행작도 있었고, 일본서 2,0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춤추는 대수사선2`도 14만2,20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1998년 일본 영화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이후 기록을 살펴봐도 전국관객 100만 이상의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멜로 영화 `러브레터`, 공포물 `주온` 등 세 편 뿐이다.
◇왜 흥행이 안 되나=관계자들이 전하는 일차적인 흥행부진 요인은 양국의 정서차. 하반기 걸린 영화 중 작품성과 흥행력을 갖춘 작품이 상당수였음을 감안할 때 설득력을 얻는 분석이다. 이른바 `코드` 차이가 큰 코미디물 대신 멜로 영화에 꾸준히 관객이 드는 점도 이를 반영하는 부분. 이밖에 일본 문화에 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점도 외면의 요인으로 꼽힌다. 우수 영화의 상당수는 이에 대한 일련의 `배경 지식`을 요하는데, 일본 대중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던 우리 대중에게는 언어는 커녕 `(배우) 이름조차 어렵다`는 게 현재 실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면 개방 이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매체 파급력이 가장 높은 방송 시장에서도 일본 문화의 본격적인 유입이 시작됐다. TV 시리즈물에서 출발해 희대의 인기를 모았던 `춤추는…` 도 국내 케이블TV의 방영 추이를 지켜보며 재개봉 여부를 진단할 예정. 결국 대중문화 전반에서 일본이 더 가까워지면 공감대가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영화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문화 교류 및 협력=아시아 권 영화 중 우리 관객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만한 영화는 현재까진 일본 영화 정도라는 게 영화가의 반응. 폭이 다양하고 이야기 전개에 천착하는 면모도 양국 교류에 대한 일련의 기대감을 낳게 한다. 국내 영화 수출에 있어서도 일본 영화계는 아시아권 중 가장 큰 시장. 우리 영화를 가장 `비싸게` 사주는 곳도 실상 일본이다.
국내에서는 맹인 검색을 그린 일 영화 `자토이치`가 30일 개봉하며 동아수출공사가 수입한 `배틀로얄2`도 2~3월 경 관객과 만나게 된다. 일본 출신 연예인 유민이 주연한 `신설국` 역시 곧 극장에서 볼 수 있다. 또한 튜브 엔터테인먼트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스왈로우 테일`과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와 `회로`, 애니메이션 `뱀파이어 헌터D`와, `퍼펙트 블루` 등의 영화를 개봉할 예정이다.
일본 영화 십 수 편을 이미 확보해 놓고 있는 한 수입사 관계자는 “(일본영화가) 빠른 시기에 폭발적인 국내 흥행을 이뤄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이 많아 적절한 마케팅 수단 등을 강구해 차츰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