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 개성공단 만들어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제안
반기문 총장 "개성공단 방문 검토"

반기문(가운데) UN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튼 플라자호텔에서 김기문(앞줄 왼쪽)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회장단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개성공단 같은 곳을 3~4군데 더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돕기에 중소기업계가 앞장서겠다며 남북관계 개선 메신저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남북 경색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소통을 통해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겠다는 뜻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 회장은 12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반기문 UN사무총장 초청 간담회에서 “남북경협 상징인 개성공단이 8년간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123개 기업과 5만4,000여명의 북한 근로자가 협력해 큰 성공을 거뒀다”며 “개성공단 같은 곳이 북한에 3~4개 더 만들어지면 남북 긴장 완화에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2,500여 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보다는 개성공단 같은 곳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며 “UN이 제2, 3의 개성공단 확충에 기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대해 반 총장은 “며칠전 북한의 도발행위에 강하게 규탄성명을 냈지만 한편으로 대화를 촉구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의 영유아 영양실조는 매우 심각하기 대문에 남북 관계가 어려워도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중소기업계의 의지를 환영했다. 이날 만찬 간담회에는 반 총장과 김 회장을 비롯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 회장 등 중기중앙회장단은 오는 15일 한ㆍ미 FTA 1주년을 기념해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방미 중이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가까운 시일내 개성공단을 방문한다면 남북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요청했고, 반 총장은 이를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UN측에 따르면 반 총장은 연내 한 차례 방한할 예정이어서 개성공단 방문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반 총장이 지난 7년간 UN에서 활동하면서 개성공단을 방문한 적은 한번도 없다.

이와함께 김 회장은 중소업계가 아프리카 돕기에 나섰던 것처럼 북한돕기에도 적극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남북 관계가 얼어붙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춘궁기인데다 국제사회 지원이 끊겨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며 “개성공단 기업들을 포함해 중소업계가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에 나섰던 것처럼 북한 어린이 돕기에도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남북 채널이 마땅치 않아 UN이 인도적 차원에서 창구를 마련해 주면 열심히 돕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반 총장과 김 회장과의 오랜 인연 덕분에 자연스럽게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이 인사말을 통해 “김 회장과는 이름, 한자, 영문 이니셜 뿐 아니라 고향까지 같아 예전부터 인연이 깊었다”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의 친분은 각별하다. 반 총장의 고향은 음성, 김 회장은 괴산으로 모두 충북 출신이고, 나이는 44년생인 반 총장이 김 회장보다 11살 많다.

이런 인연으로 김 회장이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반 총장이 항상 시간을 할애해 미팅하는 것은 물론 관저에도 초대해 손수 식사를 대접하는 등 중소업계를 꼬박 챙겨왔다. 김 회장 또한 빈곤퇴치(아프리카 돕기 성금 기탁), 사회적 책임 이행(중소기업 사랑나눔재단 설립) 등 UN의 과제에 부응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