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댕기머리` 청년이 독학으로 대학에 합격해서 화제다.
21일 고려대학교에 따르면 청학동 서당 출신의 남정민(30)씨가 2003학년도 수시 2학기 특수재능 보유자 전형에서 문과대학에 합격했다. 4남 6녀중 막내인 남씨는 청학동 정통 유교학자였던 아버지(86)의 영향으로 17살이 될 때까지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청학동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해 왔다.
남씨는 자신보다 먼저 사회에 진출했던 큰형 정태(50, 서울 중구청장 비서실장)씨의 권유로 인근 광주로 나가 초등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고 중ㆍ고등학교 과정까지 검정고시로 마친 후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입시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계속했던 남씨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했던 한학을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에 응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남씨의 합격에는 같은 청학동 출신으로 지난 98년 대입 검정고시 수석합격 후고대 철학과에 진학했던 학교 선배이자 서당 친구인 한재훈(32)씨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신학문`을 하는 아들을 반대하던 아버지도 막상 합격 소식이 전해지자 마냥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지난 86년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국악과에 합격했던 큰형도 막내 동생의 합격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개량한복 차림에 머리를 길게 땋고 다니는 남씨는 “머리를 자르면 사람들 눈도 의식하지 않고 좀더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편리를 위해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며 “아버지도 그렇게 원하셔서 대학에 가서도 머리를 자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