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안정적 승계하니 주가도 좋네

지배구조 불확실성 사라져… 일진·대성홀딩스·AJ렌터카급 등
세금 폭탄·자식간 분쟁 된서리… 농우바이오·동원수산은 급락세


경영권 승계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이 천차만별이다. 일찌감치 경영권 승계를 안정적으로 진행한 기업들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반면 갑작스런 경영권 승계로 세금 폭탄을 맞는 기업들의 주가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허진규 일진홀딩스 회장이 보유 주식 753만여주(15.3%)를 시간외매매로 일진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회장의 장남인 허정석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분 100%를 소유한 물류 및 운송 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허 대표는 일진홀딩스 개인 지분 29.12%와 일진파트너스의 지분 24.64%를 합쳐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그룹 장악을 완료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자 주식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1,700원대에 머물던 일진홀딩스 주가는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 지난 22일 6%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2,400원대로 뛰어올랐다.

최근 경영권 승계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성홀딩스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9월 말 7,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1만원까지 근접했다.

10월 말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의 장남 김의한씨가 홀딩스 지분을 대량으로 증여 받아 3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월17일 김 회장의 첫째 누나 김영주 대성그룹 부회장과 둘째 누나 김정주 대성홀딩스 공동대표이사로부터 약 468만주의 주식을 증여 받은 것. 김의한씨는 이 가운데 200만주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주당 7,456원에 매각했다. 시간외매매로 매각한 대금은 증여세를 내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지난해 7월 상장한 AJ렌터카 역시 올 9월 초부터 후계구도를 그려나가면서 3세 체제로의 지분 정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가 역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현대통신 역시 지난 10월 말 이내흔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이건구 대표이사에게 증여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반면 급작스럽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기업들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8월 농우바이오는 고희선 회장의 별세로 인해 2세 경영 전환 문제에 직면했다. 상속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알려지면서 8월 초 3만원대에 근접하던 주가가 최근 2만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고 회장은 올해 들어 지분을 가족과 친인척에게 지속적으로 양도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55.24%였던 지분은 별세 직전 45.4%까지 줄었다. 지분을 양도 받은 친인척들이 이를 매도해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의 보유 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나머지 지분은 고 회장의 아들 준호씨가 상당 부분 상속해 경영을 책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과중한 상속세 부담에 따라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심상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고 회장이 남기고 간 지분 45% 가운데 절반가량을 상속세로 납부해야 한다"며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지만 물량 부담으로 인한 주가의 단기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 수산 역시 지난 9월 왕윤국 명예회장이 아무런 상속 절차 없이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주가가 단기 충격을 받고 있다. 왕 회장 별세 이후 자식들 간 경영권 분쟁이 전망되면서 주가가 1만원 후반대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최근 하락세를 보이며 1만원 초반대까지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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