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회계처리방식 변경] 은행

내년부터 회계처리의 투명성이 보다 강조되는 방향으로 기업회계처리방식이 달라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이나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보험 증권 기업별로 영향을 점검해 본다.○… 내년부터 금융권 회계처리방식이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변경됨에 따라 금융기관 보험 증권사들은 각 은행들은 건전성과 대외신인도 제고라는 장기적인 득을 누리는 대신 당장 내년엔 상당액의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세부규정이 나오지 않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시행 첫 해인 내년엔 은행에 따라 1,0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4,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적잖이 하락한다. 대형은행의 경우 회계기준의 변경이 가져오는 BIS 하락폭은 0.5%안팎에 달할 것이라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파장이 예상되는 부분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이나 법정관리·화의절차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채권 리스케줄링이 회계처리에 그대로 반영되는 점. 구조조정중인 기업에 대한 여신이나 산업합리화관련 여신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있는 선발은행들은 그만큼 이자감면에 따른 손실부담을 크게 받는 셈이다. 선발은행 관계자는 『특히 워크아웃기업 채권단은 금리 감면 등 채권 조정에 대한 부담이 훨씬 커지므로 앞으로 은행들이 워크아웃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급보증에 대한 충당금을 쌓는 일도 은행 수익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아직 지급보증에 대한 충당금 비율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은행 손실을 감안해 일반 여신보다는 훨씬 낮은 비율을 적용시켜야 한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은행들이 받는 지급보증요율이 1% 미만. 따라서 「정상여신」에 대해서도 0.5%를 적립토록 하는 충당금 비율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은행은 지급보증을 아예 기피하거나 보증요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때문에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급보증에 대한 충당금 설정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증권에 대한 시가평가는 유일하게 은행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부분. 금리가 떨어지면서 국채나 회사채 등 채권가격이 매입 당시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단 지난해부터 주가 하락으로 인해 증시안정기금출자금으로 매입한 주식에 대한 시가평가는 현 시점에서 손실로 작용한다. 현 주가지수는 은행들이 증안출자금을 내놓은 90년 당시(700~800선)보다 200포인트 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같은 국제회계처리방식 도입으로 각 은행들은 내년말 일정 수준의 BIS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여신이 많은 대형은행의 부담이 크지만, 자본금이 적어 소폭의 손익에도 BIS비율상 큰 영향을 받는 소규모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내년 이후에는 은행 건전성이나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전반적인 플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제회계기준에 접근한다는 큰 원칙이 끝까지 지켜지느냐는 점. 『행여나 규정이 강화되는 부분에 대해선 국제기준을 적용하고, 국제기준 도입으로 규정이 약화되는 부분에선 기존 관행을 그대로 유지해 은행들에게 이중압박만 가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은행권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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