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정치·경제 불안이 맞물리면서 신흥국들이 통화 급락에 신음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달러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올해 들어 7% 이상 폭락해 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 대비 링깃화 가치는 이날 한때 3.7743링깃으로 지난 2006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 역시 17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터키 리라화와 멕시코 페소화 역시 달러화 대비 기록적인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 같은 신흥국 통화 급락세는 각국의 국가별 정치·경제적 악재가 1차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국영투자기업 1MDB의 부실 조사가 확대되고 있는데다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하는 등 부진한 경제지표도 영향을 미쳤다. 터키는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과반의석을 얻지 못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흥국 통화가 비슷한 시점에 나란히 폭락한 것은 결국 최근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WSJ는 "미국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시장의 통화를 수년 만에 최저치로 끌어내렸다"며 "미국 금리 인상은 투자자들의 신흥국 투자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다 이번주에 발표되는 미국 소매판매 등 지표가 호조를 보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상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면 유동성이 취약한 신흥국들의 통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링깃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에 계속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