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카드가 지난 1999년 이후 5년만에 업계 1위로복귀하는 등 카드업계가 은행계 카드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그동안 재벌계 카드사인 삼성.LG카드가 주도권을 행사했으나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해말부터 저렴한 조달금리를 앞세운 은행계로 무게 중심이 쏠려왔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카드는 올해 상반기 이용실적이 33조1천억원을 기록해 삼성카드(24조)와 LG카드(26조)를 제치고 업계 1위에 다시 등극했다.
KB카드는 지난 1999년까지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2000년부터 삼성,LG카드로 대변되는 재벌계 카드사들이 전자와 유통 등 그룹 계열사들과의 독점적인 제휴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카드업계가 지난해말 심각한 유동성위기를 겪는 와중에 삼성.LG카드[032710]가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KB카드가 다시 선두로 나서게 됐다.
재벌계 카드사들은 신용카드업계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지난 2000년부터 무이자할부, 할인이벤트, 길거리 모집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덩치를 키우며 업계주도권을 장악했다.
재벌계 카드사가 덩치 키우기에 나선 2000년 당시 신용카드업계는 9천381억원의흑자를 기록했고, 2001년에는 2조5천943억원의 흑자를 내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말부터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재벌계 카드사 성장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던 공격 마케팅이 오히려 재벌계 카드사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신용불량자 양산과 연체율 급등 등 `고비용 영업구조'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워온 삼성.LG카드 등 재벌계 카드사가 유동성 위기라는 직격탄을맞은 것이다.
재벌계 카드사가 주도하던 카드업계가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하면서 KB카드(구국민카드)와 외환카드, 우리카드 등이 모은행으로 흡수, 합병됐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은행계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은 은행을 기반으로 카드사업을 벌일 경우 저렴한 조달금리를 바탕으로 안정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계 카드사는 은행을 통해 회원의 자산과 금융거래 변동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리스크관리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는 신용카드사업에 유리한 장점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들이 카드업계 주도권을 쥐게 되면 수수료 인하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재벌계는 기존의 출혈 마케팅에서 벗어나 특화된마케팅으로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