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하반기로 이어진다면

당초 2분기에 회복 될 것으로 기대했던 민간소비가 하반기에도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경제성장 전망에 대한 하향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일제히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했던 연구기관들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한 하향 수정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민간소비 위축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적정 수준을 웃도는 가계부채 부담에다 신용불량자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수출부문을 제외한 전반적인 실물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경기마저 급격히 냉각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득증가가 둔화되고 있어 민간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가격의 하락 및 정체와 주가급락 등에 의한 역자산효과도 소비위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 영향에다 지하철과 택시요금을 비롯한 주요 공공요금과 담배가격 등이 줄줄이 인상됐거나 인상될 예정이어서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의 선행지표인 원재료 및 중간재 가격이 지난 5월 중 13.5%나 폭등해 지난 98년 오일쇼크 이후 23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상승세를 보이던 각종 체감경기 지표가 4월 이후 다시 하락세로 반전한 것도 이 같은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하반기에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는 18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내수와 투자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도 이제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근거 없는 낙관론에서 벗어나 내수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당초 정부는 2분기부터는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차이나쇼크, 고유가, 미국의 금리 인상설 등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국내외 여건은 되레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하반기 이후에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5%대의 성장은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수출만으로 경제가 굴러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출호조는 소수 대기업의 소수제품에 국한된 것이다. 실익 없는 경기논쟁이 아니라 우리경제가 안고있는 구조문제를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투자활성화를 포함한 내수회복책을 강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