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의 풋볼확대경] 전방압박으로 벨기에 문전 노려야…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상대의 전방압박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패배했다.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보여줬던 짜임새 있는 모습이 이날 알제리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앙수비가 상대공격수에게 자꾸 뚫리는 모습을 보였고 상대의 전방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앞서 실점을 최소화하라고 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이 점이 지켜지지 않았다. 1골을 먹은 이후 집중력이 더 흐트러졌고 결국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 말았다.

공격도 전반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수비수가 공을 걷어내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고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안전한 플레이 위주로 가다 보니 전반 슈팅 수는 '0'이었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중거리 슛을 때리며 상대 수비진영을 흔들어야 하는데 전반에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상대 문전에서 크로스를 올리고 프리킥을 차는 등 공세를 이어가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골이 나오게 마련이다.

다행스럽게 후반 들어서 좋은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손흥민이 문전으로 넘겨받은 패스를 트래핑한 뒤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켰다. 전반에 만회 골이 터졌으면 분위기를 좀 더 빨리 바꿀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플레이였다.

또 장신의 공격수 김신욱이 투입된 뒤 제공권을 지배한 점도 눈에 띈다. 김신욱은 전방으로 연결되는 볼을 계속 슛이나 패스로 연결하며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리나라가 알제리에 많은 골을 내줬지만 아직 월드컵이 끝난 게 아니다. 우리나라가 벨기에를 2골 차 이상으로 꺾으면 희망이 보인다. 한일월드컵을 1년 앞두고 2001년 5월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한국대표팀은 프랑스에 0대5로 대패했다. 당시 내가 보좌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이라는 비웃음을 샀고 선수들도 고개를 푹 숙이고 그라운드를 나왔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감독인 내가 모든 걸 책임진다"며 "우리에게 남은 월드컵 본선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스페인 등 강팀을 잇달아 꺾고 월드컵 4강 진출의 역사를 썼다.

젊은 태극전사들에게도 이런 말을 꼭 하고 싶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경기를 꼭 보여주자."

벨기에가 H조 최강팀이기는 하지만 넘어설 수 없는 산은 아니다. 벨기에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몇 가지 약점을 노출했다. 알제리가 우리나라에 했듯이 압박공격을 가하면 분명히 기회는 오게 돼 있다. 우리나라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전방압박 전술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이다.

또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를 정신없게 만들어야 한다. 태극전사의 투혼과 정신력이라면 분명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미 16강행을 확정 지은 벨기에가 후보선수들을 대거 선발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태극전사들이 다득점을 기록할 기회를 분명히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알제리전에서 후반 조커로 투입된 김신욱과 이근호도 벨기에전에서 많은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신욱은 제공권을 장악해 우리 공격수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체력과 스피드가 좋은 이근호는 상대 수비진영을 흐트러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상대적인 운동경기이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약팀도 강팀을 무너뜨릴 수 있다. 벨기에전에서 실점을 최소화하고 전방 압박을 가한다면 우리에게 분명히 좋은 결과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박항서 K리그 상주 상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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