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김정일을 신뢰해서는 안된다

11월 22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세계는 왜 북한이 방송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위대한 영도자’ 호칭을 생략하고 공공기관 등에서 초상화를 철거했는지 그 진의를 알지 못한다.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북한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일련의 사건들에서 우리는 북한이 세계에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세계 역시 북한을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북한 내부에서 변화의 조짐들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데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미국이 유화책을 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 언론들은 북한이 탈북자를 막기 위해 중국 국경지대 수비를 강화하고 당 내부에 권력 싸움의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공식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사망했을 때에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신 조의를 표했었다. 독일 슈피겔지도 최근 북한에서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 전단지나 벽 낙서가 발견되는 등 폭동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타임지는 평양 주재 외교관을 인용해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대선 패배로 북한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이 클린턴 정부와의 합의를 깨고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북 중유제공 등을 중단했었다. 케리 후보는 클린턴식 양자대화의 재개를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은 케리 후보의 당선을 간절히 원했었다. 이런 상황들이 북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북한정권이 무너질 때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에게 “김정일에게 생명줄을 던져줘 2,200만 북한 주민들이 또다시 수십년간 가난에 시달리고 세계를 핵 위협에 떨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후버연구소의 해리 로웬이 지난해 언급했던 것처럼 김정일의 계략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부시는 김정일이 클린턴 대통령과의 합의를 파기했을 때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김정일의 ‘수단’에 타격을 입혔다. 현재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건 간에 북한이 무력화를 포기하거나 붕괴될 때까지 고립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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