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공유)'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정부의 중재 속에 서로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하지만 수개월간 지속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갈등에서 벗어나 협력의 단초를 찾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봤던 협력업체도 반기는 모습이다.
우리는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로부터 거센 협공을 받고 있다. 중국은 매출 17조원 이상인 전자 대기업을 현재 3개에서 오는 2015년까지 8개로 늘리고 자동차와 조선 기업도 대형화하기로 했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ㆍ현대중공업 같은 국내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음이 분명하다. 미국이 한국산 냉장고에 이어 세탁기에까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보호무역을 강화한 것이나 '타도 한국'의 기치를 걸고 소니ㆍ파나소닉 같은 일본 가전업체들이 손을 맞잡은 것도 부담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에서 취한 보호무역 조치는 1년 전에 비해 많게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 간 반목과 대립은 스스로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특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디자인이 바뀌는 지금 촘촘한 특허망을 피해 혼자 힘만으로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구글과 IBM, 애플과 HTC가 특허공유에 합의한 것도 자체 특허만으로는 힘들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에 특허공유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등 신흥국을 따돌리고 갈수록 거세지는 보호무역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삼성과 LG가 하루 빨리 힘을 합쳐야 있다. 시너지가 확인된다면 이 기회에 협력 대상을 다양한 전략품목으로 넓히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정부도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