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동차 "한국 전문가 모셔라"

상하이자동차·둥펑·이치 등 "앞선 경영·노하우 배우자"
국내 우수 인력 앞다퉈 영입… 일부기업 100명 넘는 곳도


국내 자동차회사에서 퇴사한 A씨는 며칠 전 중국 자동차회사인 B사로 이직했다. 그는 불가피하게 퇴직하면서 이직을 알아보던 중에 헤드헌터 업체로부터 제의를 받고 중국행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 응한 A씨는 "중국 자동차 업계 상위 10위권 회사 정도면 각 회사마다 최소한 5~6명, 많으면 수십명 이상 한국인들이 있다"며 "합작 형태가 아닌 토종 중국기업들이 주로 한국인 전문가들을 데려간다"고 전했다.

10일 중국 자동차 업계와 KOTRA 등에 따르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한국인 직원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 둥펑(東風), 이치(一汽), 창안(長安), 베이징자동차(北京汽車), 광저우자동차(廣州汽車), 화천(華晨), 창청(長城), 장준(江准), 지리(吉利), 화타이(華泰) 등 토종 대기업들이 앞다퉈 한국인 직원 수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KOTR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리나 화타이 등에는 각각 백 명이 넘는 한국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리는 아예 직접 헤드헌터사를 통해 한국에서 구인활동을 벌이고 있다.

상하이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기술력으로 높게 평가 받는 등 한국 자동차 기업의 이미지가 좋다"며 "한국 회사에서 임원까지 지내다 이직했거나 정년퇴직 후 이 곳으로 건너온 사례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의 중국 인력 이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규모가 작은 자동차ㆍ부품 기업에도 2, 3명 정도씩 한국 자동차업계 출신 직원들이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은 차장ㆍ부장급부터 임원급까지 다양하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한국인 인력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선진 기술 습득을 통해 세계적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 전문가들을 영입해 보다 앞선 경영ㆍ관리 시스템과 노하우를 흡수하고 있는 것.

한국 자동차 인력의 중국 이동은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유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임원까지 달았던 경우는 더 조심스럽다. KOTRA 상하이무역관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업체마다 한국인이 몇 명씩은 있지만 관련 협회나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국 현지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은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는 돼야 다룰 수 있다" 며 기술유출하고는 크게 상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 1~9월 사이 10대 현지 자동차기업의 판매량은 1,406만여대로 전년 동기보다 14.2% 성장했다. 또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900만여대로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4분의1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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