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재계에 노동조합법 개정안 폭풍우가 닥쳤다. 여야 의원들이 노조 전임자 수를 조합원 규모에 따라 제한하고 복수노조 교섭창구를 단일화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무력화하려는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도 노동운동가·노동부 출신인 김성태·이완영·최봉홍 의원을 중심으로 다수의 개정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개정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골자는 두 가지다. 첫째, 상급단체에 노조 전임자를 파견할 경우 별도의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설정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을 부당노동행위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타임오프제를 폐지하자거나 타임오프 업무를 노조활동으로 규정, 파업 등 쟁의행위까지도 유급화하려는 법안도 있다. 둘째, 복수노조의 교섭방식을 노사자율로 정해 사실상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의원입법안들이 지난 2009년 여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주도해 고친 현행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10여년 동안 대립과 조정·타협을 거쳐 어렵사리 국민적 합의를 도출, 시행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사회적 논의 과정 없이 뜯어고치려는 의원들의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럽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의 표심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의 또 다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기업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파업 등 강경투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는 노사관계 선진화의 양대 축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금지 규정은 1997년 노조법에 반영됐으나 세 차례의 정치적 타협으로 13년간 미뤄지다 2010년 7월 겨우 첫발을 내디뎠다. 그나마 노조의 부담을 고려해 완화된 상태로 시행됐다. 덕분에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한때 220명이나 됐던 현대차의 유급 전임자는 19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개별 기업에 상급단체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의 급여까지 지원하라고 하는 것은 다수의 노조 전임자들이 강경투쟁을 부추기던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일 뿐이다. 국제관행에도 안 맞는다. 선진국들은 사용자와의 교섭·협의 등 일정 노조 활동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만 유급으로 인정하고 노조 전임자 수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노조 관련법은 노사정과 사회적 합 사회적 합의 없이 의원들이 뚝딱 해치울 법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