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가격은 이미 지난해 상승률을 넘어섰다.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률은 12%로 올해는 벌써 12.9%나 올랐다. 올 초 주택가격 폭등 이후 정부는 공시지가 상향 조정, 양도세 강화, 전매제한 부활, 분양가 간접규제 등 다양한 가격상승 억제를 위한 조치들을 내놓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가격상승 폭이 둔화되면서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격상승에 대한 불안감은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록 금리가 소폭상승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대선 등 대형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는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는 그동안 대선과정에서 지역개발 공약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선은 부동산 시장에서 두가지 측면으로 관심을 끈다. 첫째, 대선 전후로 부동산 시장이 어떤 변화를 보일 것 인가다. 둘째, 대선 과정에서 주택시장, 부동산과 관련해 각 후보진영에서 어떤 정책이 나올까 하는 것이다.
전자는 대선 전후의 부동산 시장 동향, 후자는 선거 후 공약 실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의 문제다.
먼저 지난 대선시기와 주택가격의 흐름을 살펴보면 대선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 과거 3차례 대선 시기를 전후해서 1년간 주택가격 흐름을 분석해보면 모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대선을 전후로 부동산가격이 상승한 때도 있었고 하락한 때도 있었다. 지난 87년 대선 후에는 가격이 올랐다. 92년 대선 후에는 가격이 떨어졌다. 대통령 선거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가 최근 들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시기별로 주택시장 내부를 들여다 보면 가격변화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87년에는 연평균 36만호 정도의 신규 가구 증가가 있었던 데 비해 주택 공급능력은 연 30만호에도 미치지 못했다. 즉 신규 주택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92년 대선 때에는 주택 200만호 공급정책의 효과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연평균 50만호가 넘는 주택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다가구주택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90년대는 60만호 이상이 공급됐다. 공급이 신규 수요보다 많았던 것이다. 97년 대선 후에는 외환위기 이후로 시장금리가 폭등했고 실업은 크게 늘어나 신규 주택수요는 줄어든 반면 95~96년에 분양됐던 아파트들이 입주하는 시기에 들어섰다. 위축된 수요보다 입주가 크게 많았던 때이다.
결국 대선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당시의 거시경제 변수와 주택시장의 수급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 진영에서 어떤 정책이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87년 대선 때에는 주택보급률도 70% 수준이었지만 공급확대, 가격안정 등 이외에는 각 당별로 크게 차별화된 정책대결이 없었다.
92년 대선에는 주택공급에 대한 정책대안 제시가 비교적 활발했다. 91년에 주택가격이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각 당에서 가격안정 대책을 공통적으로 제시했고 아파트 반값 공약에서부터 토지공급체계 변혁 등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여러 가지 도전을 받고 있다. 주택가격이 10년 만에 폭등했고 자율화 정책들이 또 다시 규제의 틀에 묶였다. 얼마 전 서울ㆍ부산 등에는 더이상 개발할 택지가 고갈되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근접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가격상승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또 우리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재건축으로 갈 것인지 리모델링으로 아파트 수명을 연장시킬 것인지도 불분명한 것이 현실이다.
주택 등 부동산 시장에는 상충되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는 20년 전의 정책 틀을 놓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수정ㆍ보완해 왔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대선이 가까워지고 각 후보 진영간의 치열한 정책공방이 예상된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주택 및 토지공급 체계에 대한 정책 대안들이 활발히 논의돼 앞으로 주택시장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선덕<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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