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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작업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된다고요? 오히려 적합한 인수자를 만나면 시너지가 생기고 하이마트가 날개를 달 수 있습니다."
하이마트의 김영선 재무담당 전무(CFO)는 하이마트 대주주들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회사의 미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인수 의사를 보이거나 거론되고 있는 곳은 롯데ㆍGSㆍ신세계ㆍSK 등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경합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유통 대기업이고 통신업체가 인수한다고 해도 여유자금을 감안하면 하이마트 성장에 도움될 것이란 전망이다.
LIG투자증권의 이지영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 때 동요했던 직원들도 열심히 하겠다는 분위기"라며 "매각된 후에 신규 고객 확보에 도움을 받거나 장기 투자자금 마련으로 해외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은 후 대주주인 유진그룹과 선종구 회장, HI컨소시엄 등이 매각하기로 합의해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곧 주간 증권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투자 안내문(teaser letter)을 발송하고 오는 3월 말~4월 초에 최종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5,000달러 시대가 되면 전문점(카테고리킬러) 시대가 본격적으로 옵니다. 하이마트는 가전 전문점 가운데 선두주자로 시장 확대에 대한 반사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습니다."
김 전무의 자신감은 가전 전문점의 성장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 가전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었지만 신규ㆍ교체 수요가 꾸준하고 특히 시장의 구조가 점차 가전 전문점의 영역이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대형 전자 제조업체들이 대리점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가 가전 전문점 중심으로 재편됐듯 우리나라도 일본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초만 해도 전자제품 대리점이 삼성전자ㆍLG전자 등 대형 제조업체별로 2,000~3,000개에 달하며 전체 가전 유통 시장의 80~90%를 담당했지만 지금은 모두 합해서 600~700개(직영점 제외) 정도로 급속히 위축됐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일본 가전 유통 시장은 2009년을 기준으로 전자 전문점이 50.3%, 카메라 중심의 가전 전문점이 12.5%, 지역 가전 전문점이 7.4%로 전체적으로 가전 전문점이 70.2%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0년을 기준으로 가전 전문점이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둘뿐인데 이들이 겨우 15.7%를 점유하고 있다. 지금은 가전 유통 시장이 대형마트, 대형 제조업체의 대리점, 테크노마트 등의 소매 집단상가, 인터넷 쇼핑, 백화점 등으로 분산돼 있지만 앞으로 가전 전문점 시장이 커진다는 얘기다.
하이마트는 2000년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전자의 국내 영업 부문과 지분관계는 없지만 대우전자 제품을 팔아온 한국신용유통이 합해져 만들어진 종업원지주회사로 이때부터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가전 전문점의 길을 걸어왔다. 현재 전국에 300여개 매장, 11개 물류센터, 11개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고 임직원 수는 2,6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6월 전자제품 전문점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기도 했다.
김 전무는 또 "지난해 말 경영권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11월 초 기업설명회(IR) 때 발표했던 2011년 매출 3조4,000억원, 순이익 1,400억원을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고 중국ㆍ미국마저 흔들리면서 지난해 말 내수 시장이 급속히 냉각됐고 경영권 분쟁도 겪었지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도 하이마트의 실적에 대해 낙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LIG투자증권의 경우 하이마트의 2011년 매출액이 3조3,930억원, 영업이익 2,620억원, 순이익 1,4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3%, 순이익은 38%가량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형 할인점의 매출 신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데 비해 놀라운 성장률이다.
하이마트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분야는 해외 진출이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이런 계획 자체가 의미 없다는 시각이 있지만 인수자에 따라 오히려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하이마트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진출을 확정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 단독 진출 등 진출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다. 자카르타 근교의 경우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득이 급증하고 있으며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늘고 있다. 2015년까지 총 50점을 진출해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게 목표다. 2010년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의 GDP 성장률은 6.2%, 가전 시장은 약 10조원이지만 가전 전문점은 38개 점포에 불과하다.